2023년 추석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오늘은 90년대에 일어난 일이니까 30여 년 전 사건이다.
사건에서 몇 가지 교훈적인 것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당시 안동에 계시던 종형(4촌 형님)께서 환갑을 맞아 잔치하게 되었다. 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안동에 가게 되었는데, 처가가 마침 종형님 댁과 가까이 있어서 잠깐 들러서 인사를 드리고 행사에 참석하려 했다. 그런데 장모님이 장인어른께서 술을 드시지 않는데 안동소주가 한 병 있으니 가져가라면서 주셨다. 나는 당시에 큰 아이가 몸이 불편하여 담임 선생님께 걱정을 많이 끼치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었는데, 마침 안동소주를 귀한 술로 생각하고 있던차에 선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염치 불고하고 얼른 받아 오기로 마음먹었다. 당시에 "안동소주"는 전통 명주로 안동지방에서 "조옥화 안동소주"는 재래식으로 주조하여 판매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소량으로 생산되고 있어서 가격도 꽤 비싼 편이었거니와 구매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잔치에 사용하려면 공장에 직접 가서 사는 것이 그나마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나의 승용차를 동원하게 되었는데 지금 기억으로 당시 사촌 아우와 종질서(종형의 사위) 2명과 동승하여 잔치에 사용할 예정으로 20병 정도 산 것으로 기억된다.
종형의 환갑 잔치를 무사히 치르고 나는 대구로 내려왔었다. 그날 밤 하루 더 머무르게 되신 저의 선친께서 나에게 전화 하여 하신 말씀이 행사 마무리 이야기 도중에 "안동소주" 수량 파악 과정에서 내가 한 병을 빼돌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깜짝 놀라서 처가에서 장모님이 주신 "안동소주" 한 병을 함께 탑승했던 누군가 오해를 한 것으로 해명하였다. 물론 나에 대한 의심은 풀렸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월이 흐른 후에 오늘 생각해 보면 우선 나의 잘못은 오해하지 않도록 동행한 사람들에게 '자동차 트렁크에 실린 처가에서 얻은 술'에 대하여 미리 설명하지 못 한 점을 인정한다. 아울러 의심한 사람들도 숫자 파악을 좀 더 분명하게 못 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잘못이 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속담에 "훔친 도둑놈 보다 잃은 놈의 죄가 크다"는 말이 있듯이 예방을 못 한 책임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의심받을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생각해 보니 세상 모든 부모님은 자기 자식이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있을지라도 무죄임을 믿고 싶은 것임을 이해하고, 내 자식은 결코 종형 잔치에 쓰일 술을 빼돌리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계셨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 첫 번째 깨달음이요. 당시 아버님은 당신의 아들은 결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철저히 믿고 있었는데, 얼마나 '황당한 생각이 드셨을까?' 생각하면 죄송한 생각이 든다. 모든 사건 발단의 책임은 원인 제공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버님도 돌아가셨고 종형도 가셨으며 당시에 나와 동행했던 이들도 나와 생각이 같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속주 안동소주)
(금오강변 자전거 라이딩 길에서 찍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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