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이란 놈이 명당을 찾았는데...
거연천석
2009. 7. 7. 06:27
홍생원이 오랜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어서 늘 古談을 잘 하는 사람을 맞아 消日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아는 한 遊客이 이런 애기를 들려 주었다.
-때마침 이란 놈이 親喪을 당해 지관과 함께 묏자리를 보러 가서 한 사람의 인체를 두루 살피다가 두 유방 사이에 이르자 지관은, <內外龍虎가 비록 분명하긴 하나 앞이 높고 뒤가 낮으니 불가하오.> 라고 중얼거렸다. 다시 배꼽 위에 이르더니, <沃野千里에 구멍이 있어 主山 과 龍虎가 흐려지니 불가하오.> 하였다. 다시 한참을 더듬어 이윽고 배 밑 두 다리 사이에 이르자, <이곳이 명당이오. 方書에 전하기를 土山의 陰이 무성한 곳이 가위 正穴이며 그 아래에 무덤을 쓰면 참으로 百子千孫이 萬歲香火한다고 했소. 이곳으로 정하시오.> 하고 지관이 말하자 이란 놈이 크게 기뻐하며 구멍을 파려 하자 硝官 벼슬을 가진 벼룩 한 마리가 뛰어나와 크게 꾸짖기를, <어떤 놈이 감히 사대부 家의 先廟에 暗葬을 하려 하는고!> 하고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이는 크게 놀라 그 사연을 물으니 벼룩 초관이란 놈이 두 불알을 가리키면서, <이놈! 이것이 홍생원 양반댁의 親山雙墳이란 것을 네놈이 몰랐단 말이냐!> 하고 호통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