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교통문화
우려한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rperation and Development,OECD) 회원국 중에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율 1위" 인구10만명당 4.61명.
모든 물건은 그 주인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용한 물건이 되고 흉기가 될 수도 있듯이 사람들 편의성을 위해 태어난 자동차가 끔찍한 무기로 돌변하는 꼴이 된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국산차를 생산하게 된 이후 빠르게 확산되어 자동차문화가 형성될 여유가 없어서 저절로 보행자는 무시하고 자동차만 잘 다니게만 주력하는 교통정책이 펼쳐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은 경제력 향상에 따라 우선적으로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기가 사는 집 안은 어떤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쉽게 눈에 띄니 과시라도 할려면 좋은 차를 타야 되고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빚을 지더라도 자가용부터 마련하는 풍조, 언제 부터인가 비꼬는 말로 셋방살이 하는 사람의 차가 집주인네 보다 고급차를 갖고 있다는 말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따진다면 어떤 승용차를 타느냐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즉, 겉으로 잘 드러나는 면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한다는 경향, 고급 세단차를 운전하면 '사모님'이나 '여사님'으로 호칭하고 소형차를 운전하면 '아줌마'로 부르는 세태가 우스개 같은 사실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풍조- 여기서는 논점이 흐려질 수 있으니 논외(論外)로 한다.
국가는 국가대로 많은 생산 판매로 세수(稅收)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발전에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흐르게 되고 그래서 도로는 미어 터지고 모든 도로체계가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자동차를 우선시 하고 도로망 확충에만 주력하는 정책, 도로 만들기로 사라진 옥토(沃土)는 얼마나 많으며 깎이고 허물어진 산야(山野)는 또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인명 경시(輕視)의 풍조"라 할까 말하자면 "자동차 우선 교통문화"라는데 문제가 있다. 하긴 우리가 너무나 짧은 기간에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다 보니 자동차 문화라고 일컬을 만한 것으로 형성되는 것이 불가능 했는지도 모른다.
"성인(聖人)도 대한민국에서 운전 하면 욕 안할 수 없다" 말이 한 때 유행했었다. 아마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하리라고 본다. 이것이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물론 차차 나아져 가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
우리가 소위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들, 즉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들도 우리처럼 이와같은 과정을
겪고 나서 보행자를 우선하는 문화로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외국에 직접 가 보지 못한 처지이니,
가끔 영화속 장면에서는 보행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물론 액션물 같은 영화에서는 난폭한 자동차
경주같은 장면, 난폭하다고 할 만한 장면도 많이 나오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항상 보행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횡단 보도에 신호가 바뀌어도 사람이 지나가고 있으면 끝까지 기다려 주는 모습을 볼 때는 차라리
감동 할 정도라고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부터도 들었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하루 빨리 "보행자 위주 교통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얼마전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번잡한
도로에서 자가용 승용차의 출입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추세에 찬물이라도 끼얻는 것인지 서울에서는 또 무슨 지하 고속도로 같은 것을 만들겠다고 한다니, 여전히 자동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이 있다는건가? 하긴 멋진 외제차로 마음껏 달리고 싶은 사람들은 값싼 자동차들과 대중교통 수단들이 한낱 자기들 가는 길에 방해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시각일까?
첫번째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연계성을 하루 빨리 높여야 시민들이 자가용 사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자가용 이용을 줄이라고 한들 대중교통의 불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기름 값이 리터당 2,000원 정도 가니까 자가용 이용률이 눈에 띄게 줄어서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을 지날 때 한결 수월하게 지나 다녔다는 넉두리를 시내 버스기사로부터 들은 일이 있다.
둘째로 생활속에서 자전거 이용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우주 여행 할 때는 우주선 타야 하지만 이웃집 갈 때는 걸어서 가듯이 동사무소(요즘에는 주민자치센터라고 함) 용무 정도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주부들이 동네 시장 갈 때도 걷거나 자전거 이용은 또 어떤가?
세째로는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싶어지는 거리로 가꾸어야 한다고 본다. 그 중의 하나가 사라져 가는 골목길을 살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보행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주위의 눈길 따라 가다가 가게에 들러 물건도 사고 그러므로 해서 상가는 활기찬 모습이 될 것이고 사람 사는 도시로 되지 않겠는가?
요즈음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데 사실 새벽시간 또는 저녁시간 일부러 시간 내서 강둑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가 바로 생활속에서 걷기 습관을 들이면 굳이 따로 시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나의 경우도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고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일부러 걸어서 퇴근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이를 두고 "일거양득", "꿩먹고 알먹기"가 아닌가?
네번째로는 기초질서를 지키는 준법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즈음 서울 어디에서는 차에서 담배꽁초
버리는 것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하는데 언젠가 내가 "꼴불견"으로 지적한 것이다. 교통문화에 있어서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법조차 지키지 않고는 건전한 교통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이제는 가장 최소기준이 되는 도로교통법의 차원을 넘어 한단계 높은 차원의 윤리적 기준의 척도를 논할 수 있는 문화,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 하는 마음, 자동차에서 내리면 언제든지 보행자가 되는 만큼 운전할 때는 항상 자신이 보행자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운전석에 앉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