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천석 2010. 7. 6. 06:58

 

<소나무를 오르는 담쟁이>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알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다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우리집 담벼락을 오르는 담쟁이>

 

요즈음 딸아이가 '대학생 직장체험'이라는 노동부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이 큰 모양이다. 참여하는 업체도 강권에 못이겨 사실상 억지로 만든 일자리여서 '사무보조원'으로 뽑아도 마땅한 일거리가 없으니 다른 일을 시키는 실정이어서 그것이 싫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극복해야 할 벽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하라 하지마라 하지 않으련다. 단지 함께 넘어가야 할 벽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격려를 보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