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천석 2010. 8. 23. 21:13

 

그 사람에게는 세사람의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그 중에서 그는 첫 번째 친구한테 온갖 정열을 다 바쳤다.

그는 때로 첫 번째 친구를 위해 이 세상의 삶을 산다고 할 정도였다.

 

물론 두 번째 친구도 사랑했다.

그러나 첫 번째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비하면 두 번째 친구에 대한 공들임은 한참 못 미친 것이었다.

 

세 번째 친구는 그저 생각의 범주에나 드는 친구일 뿐 첫 번째나 두 번째에 비하면 아주 희미한 친구였다.

솔직히, 마지못해 찾는다는 편에 속하는 것이 세 번째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의 사자가 이 사람한테 와서 왕의 부름을 전했다

그는 친구 셋에게 함께 가줄 것을 청했다.

 

그러나 보라.

그가 온갖 정성을 다 바쳐 온 첫 번째 친구가 무정하게도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한 걸음이라도 같이 가줄 수 없겠는가?"

그가 사정하였으나 첫 번째 친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친구는 그러나 조금 달랐다. "성문 안까지는 안 되겠나?"

두 번째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안됐네만 성 안까지는 곤란하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가장 소홀히 한 세 번째 친구가 나섰다.

"내가 자네와 끝까지 동행하겠네."

 

이 세친구는 누구인가?

첫 번째 친구는 재산이다. 아무리 정성을 다했지만 자신이 죽을 때는 한 발짝도 따라오지 않는다.

 

두 번째 친구는 친척이다. 공동묘지까지는 따라오지만 거기서 돌아간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다. 마지못해 행한 것이어도 죽음길에까지 동행한다. 그리고 그 뒤에도 그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다.

<정 채 봉>내 마음의 고삐에서

 

 

 

이 글을 읽으며 젊은 시절 세일즈맨 가방을 들고 친구들을 찾아 나선적이 있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내가 생각했던 우정의 깊이와 친구가 생각하고 있던 나와의 우정에 대한 깊이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는 계기였던 것 같다.

나는 이 세상 살아있는 동안은 그 당시 내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던 친구들을 마음 속에서 지우지 않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