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 내 생각

정체성을 찾으려면?

거연천석 2011. 1. 19. 06:57

 제대로 된 나라 중에 국어와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지구상에 또 있을까? 조그마한 땅덩어리 조차 갈라져 서로 아옹다옹 다투면서 갈라져 살아가고 이 땅에 제도권 교육이 도입된 이래 영어 교육을 꾸준히 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영어교육 때문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중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나라말인 국어와 그 나라 역사를 바르게 아는 국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른길이 아닌가? 앵글로색슨족이 영어를 못하고 외모가 분명히 한국사람인 교포2세, 또는 3세가 한글을 모르고 우리말을 쓰지 못하는 것을 흔히 욕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얼마전 나는 어느 방송에서 '박칼린'씨가 출연하여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자기 어머니가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을 포함한 형제들을 데리고 모국어를 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었다는 이야기를 의미있게 들었다. 즉 영어를 쓰는 사람의 외모인데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수도 있다.

 

 제나라 말도 잘 못하는 어린이에게 외국어 공부부터 시켜야 한다고 극성을 부리다 낯선 나라에서 곤경에 처하고 망신을 당하는 일이 생기고 학생들의 정규과목에서 제나라 역사공부를 아예 빼버리는 나라가 되버렸으니 이 나라 앞길이 어두워 보이는 것이 비록 나만의 편협된 생각일까?

 가까운 예로 중국도 공산주의를 하면서 중국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공맹사상'을 홀대하다가 최근에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달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공맹사상을 빼고 중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훈민정음 한글을 바탕으로 하는 국어가 없다면 우리의 존재감을 세계에 얼마나 당당하게 알릴 수 있을까? 또한 우리의 역사를 모르는데 어떻게 세계 사람들에게 영어로 우리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외국어란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것이 주된 목표 자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도 어떤 언론매체를 통해서 외국으로 입양되어 갔다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부모를 찾아 나서서 애타게 자신이 기억하는 몇 가지 정체성의 편린들을 가지고 가족들을 만나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으로 이민가서 살다가 나이가 들면 결국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하는 인간의 "수구지심"이라 할까? 이 모든 것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역사를 간직한 변함 없는 정체성 동류의식이 마음속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남북이 갈라져 수십년을 헤어져 살고 있어도 피를 나눈 부모형제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도 그 뿌리를 공유하고 아직도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체제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많은 세월이 흘러가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 뿌리가 같다는 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