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며칠 전에 딸아이가 자기 생일날 산행을 하자는 제의를 실천하지 못하다가 오늘 마침 날씨도 포근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 버스를 타고 2009년에 개방된 팔공산 비로봉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환승하려고 동구청 앞에서 기다리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려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갓바위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 행선지를 변경하였다.
한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소문이 난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갓바위.....
금년에는 임용고시도 치루어야 하니 부처님 앞에서 소원을 한 번 빌어보라고 108배는 못하더라도 3배라도 올려보라고....
신라 오악의 중심 산이자 민족의 영산인 팔공산 정기가 남으로 흘러 모인 관봉 정상에 석조여래좌상이 인자한 모습으로 중생들을 맞이하고 계신다.
이 부처님은 신라의 불교전성기에 조성되어 신앙과 불교 미술적 가치가 매운 높은 불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조의 억불정책으로 말미암아 불자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당시 관암사에도 폐사의 비운을 안게 되었다. 한때는 가뭄이 들면 무지한 백성들이 불상 앞에 기우제를 지내면서 불을 피워 부처님을 까맣게 그을리고 무속인들이 굿을 하는 등 오래동안 방치되어 왔다. 그러던 중 한국불교 태고종 제14대 종정 백암 대종사께서 기도중 불상을 발견하고 터만 남은 이곳이 중생들의 안식처가 되도록 하리라는 서원을 세우시고 1962년 3월 관암사를 창건하면서 갓바위까지 길을 닦고 속칭 비륵불로 불리던 부처님을 약사여래불로 명명하여 1963년 9월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함으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처럼 갓바위 부처님은 관암사 개산조인 백암대종사 원력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되었으나 1970년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지금은 관리권이 선본사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관암사 창건 당시에는 도로가 없어 부실한 건재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건물이 노후되는 바람에 제2대 주지인 혜공화상이 2004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2010년 5월 대웅전 등을 낙성함으로서 가람의 형태를 일신하게 되었다.
관암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관음전 지장전 칠성각 산신각 종각 용왕당 요사 등 12동의 전각을 보유하여 전통가람의 면모를 갖추고 팔공산의 정기를 간직한 영험기도 도량으로 사부대중의 수행정진과 중생교화에 매진하고 있다.
입시철이면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꽉차는 이 곳은 ....
부처와 같이 되려고 참선하는 곳이 아니고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장소로 더 유명한 곳이 되었다. 예를 들면 수능이나 입시를 앞둔 시기에는 밤낮없이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산 와촌 쪽에서 갓바위로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