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가족이야기

둥지를 떠나는 막둥이

거연천석 2011. 2. 28. 20:56

 

 자동차가 없이 살아가기를 반년째로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가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름이 아니고 막둥이가 새로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로 가게 되었다. 챙겨 가야 할 짐이 있고 개학이 며칠 남지 않은 딸아이도 동생의 기숙사 생활에 대한 조언과 학교 환경도 보고자 하는 마음 아이의 어미도 궁금해 하는 점이 있고 자식이 공부할 학교가 어떤 환경에 있는지 등 등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이다 보니 자주 와 볼 수도 없는 조건이고 형님 내외분이 하나뿐인 친조카가 애비 어미의 품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걱정을 하면서 같이 동행을 하고 싶다고 설날에 언급을 하셨다기에 동행하기로 계획을 잡았었지만.... 막상 출발날이 되니 일기조차 불순하여 더구나 학교가 있는 남쪽지방에는 비가 많이 오겠다는 일기 예보와 함께 우리가 사는 지방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다가 두 분 모두 연로하신 탓에 며칠 전에 문상가는 일이 있어서 무리가 있었던 터라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동행을 포기하면서 당신들의 승용차를 이용하게 하였다.

 

 문제는 호의지만 대개 자가운전자 보험이다 보니 아무래도 만일의 경우 사고가 있게 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정한 이치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막상 이용하는 것이 망서려지기도 하였으나, 20년 무사고의 경력을 믿고 형님댁 승용차로 길을 나섰다. 지난해 학교를 살피러 갔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서 가는 것은 노선에 익숙치 않아 인터넷으로 노선을 검색해 보고   딸아이를 조수석에 앉혀 자동차에 장착이 되어있는 '내비게이션' 조작을 시키고 도움을 받아 보려 하였다. 그런데 소위 '업그레이드'를 시키지 않은 상태라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한 노선과 혼돈이 와서 의외로 많이 우회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어 연료와 시간의 낭비가 다소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비가 많이 내리고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 몇 번의 위험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무사히 도착을 하고 짐을 풀어 정리해두고 삼천포항 부두가에 적당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사먹고 다시 기숙사에 데려다 주었으나  1실 3인용 방에 제일 먼저 도착한 탓으로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침대 그리고 사물함, 책상 등 사용하기 편한 듯한 것으로 선택하여 짐 정리가 끝나는 것을 보고 몇 가지 당부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아내는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을 보고 이것도 하나의 이별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병역도 마쳐야 하려면 더 긴 이별 연습이 있어야 겠지만 어미의 마음은 애비와는 다른 구석이 있는지, 안아 보기도 하는 것을 멀찌감치서 보았다.

 

 사람은 언제든지 끊임없이 홀로서기를 위한 연습의 연속이다. 혼자 왔다가 혼자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그런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어릴쩍 부모없이는 살지 못할 것 같았던 때가 있었지만, 조금만 머리가 커지면 부모는 쓸데없이 간섭만 하는 귀찮는 존재로 생각하기도 했었던 자신들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하루빨리 부모의 그늘을 벗어 나고픈 생각을 했던 것이 어느 듯 자신의 품을 벗어나려는 자식을 미워하기도 하지만, 막상 떨쳐내려는 순간은 가슴 짠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다시 봄이 오면 새로운 가지를 움틔우기 위해 묵은 가지를 잘라내듯이....더 충실한 열매를 따리라는 기대를 가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