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천석 2011. 4. 26. 16:25

 

봄비가 촉촉히 내린다.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피곤한 몸을 누이고 달콤한 잠에 빠져있다.

 끊었던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이고 마당에 나가 보니, 우리집 진돗개 '태양이' 는 제 집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있고, 흐드러지게 핀 모란이 봄비 무게를 못 이기고 머리를 잔뜩 숙이고 있다.

 학업을 한다고 아비.어미 품을 떠나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특히 말이 별로 없는 막둥이가 궁금하다.

 다가오는 일요일에는 형님 내외분을 모시고, 중간고사 시험이라 집에 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공부하고 있을 막둥이도 만나 볼 겸 남쪽바다 구경을 해볼까 생각해 본다.

 

 

 이제껏 살면서 막내 동생으로서 형님 형수님의 신세만 지고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다. 두 분 모두 칠순을 넘기신 분들이다. 기력이 더 쇠약해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여행을 시켜드렸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