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나의 이야기

금융 사기 전화의 진화

거연천석 2011. 5. 6. 19:30

 

근무 시간에 나의 휴대전화기가 울렸다.

네 * * * 입니다.

여기는 서울 농협 역삼역 지점인데 본인 * * * 씨 맞으시죠?

그런데요.

주민등록 번호 ******-******* 맞으시죠?

그런데요.

김 * * 라는 분이 귀하의 부탁으로 8백 *십만원을 인출하러 왔습니다.

그래요?

네! 다시한 번 주민등록번호를 확인 하면서 본인임을 확인한다.

여보세요? 그런데 저는 농협에 통장을 개설한 일이 없습니다. 어떻게 내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가 정확히 일치하는지 이상하네요?

전화가 끊어졌다.

 

 잠시 후에 내가 알지 못하는 돈이 있어서, 아내가 혹시 농협은행에 예금해 놓은 것이라도 있는가 싶어서 아내에게 확인 전화를 해 보았다. 아내는 그런 일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 나의 명의가 완전히 도용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두려운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나의 신상정보가 악용될지 걱정스럽다.

 

 잠시 후에 유선전화로 발신번호대로 전화를 걸었다. 서울지역 농협 역삼역 지점입니다. 상냥한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실은 제가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발신번호대로 확인차 전화를 했다는 사연을 이야기 하자마자 여직원은 곧바로 사기전화라는 것이다. 여직원 말씀이 오늘 따라 이런 전화가 많이 오네요. 은행에서는 그런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금융 사기전화가 이제는 발신번호까지 구체적으로 표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도 놀랐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은행의 직원 목소리가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하여 약간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러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는 유선전화로 '우체국입니다!' 또는 '**은행입니다!' 등 어눌한 조선족 말투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은 적이 가끔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의심스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발신 번호 자체가 국제전화 번호 같은 것, 또는 아예 표시되지 않는 것이어서 바로 눈치챌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확한 전화번호임을 확인하고 나니 무척 두려운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내 신상정보가 도용될지 걱정스럽다. 얼마전 농협의 해킹 사태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금융기관의 정확한 전화번호와 분명한 나의 전화번호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만약 내가 그들이 말하는 금융기관에 그들이 노리는 액수만큼 예치금이 있었다면 어떻게 진행하였을까? 옆에 있던 동료들과 잠시 이야기 해 본다. 내 생각으로는 당신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그들이 불러 주는 계좌로 옮기라고 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수단이라는 것이 고작 그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 생각보다 더 놀라운 방법으로 궁지에 몰아넣을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