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픈 글귀

채근담 도심편

거연천석 2011. 12. 17. 21:36

<원 문>

 

魚網之設에 鴻則罹其中하며 螳螂之貪에 雀又乘其後하나니 機裡藏機하며

어망지설에 홍즉이기중하며 당랑지탐에 작우승기후하나니 기리장기하며

 

變外生變이라 智巧를 何足恃哉리오

변외생변이라 지교를 하족시재리오

 

고기 그물을 처두매 기러기가 걸리며 버마재비가 먹이(餌)를 노리매 참새가 그 뒤를 엿보나니 기틀속에 또 기틀이 있고 이변밖에 다시 이변이 있는지라 인간의 智慧計巧를 어찌 족히 믿을 수가 있으랴.

 

<해 의>

고기를 잡으려고 처놓은 그물에 기러기란 놈이 걸리기도 하고 버마재비란 놈이 저보담 작은 벌레를 탐내어 노리고 있는 곳에 참새란 놈이 또 그 버마재비를 노리는 일도 있다. 세상 일이란 모두 이와 같으니 알수 없는 造化라 사람의 얄팍한 재주와 智慧쯤이야 족히 무엇으로 믿을 수가 있겠는가.

 

 

 

우리 속담에 '약삭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고 했던가? 사람이 세상살이를 하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正道를 가지 않고 조그만 잔재주를 믿고 잔꾀를 부리는 사람이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禍를 자초하는 경우를 본다. 바둑을 배울 때를 생각해 보면 입문단계에 정석부터 제대로 배워야 발전이 빠름을 경험할 것이며, 건물을 지을려면 먼저 그 기초를 튼튼히 할 것이며, 길을 갈 때는 大道를 택할 것이며, 어떤 구기운동을 할 때는 달리기나 기초체력을 기르는 운동을 시작으로 기본기부터 잘 다져가는 것이 바른 길임을 잘 알것이다. 눈 앞에 이익을 탐하다가 더 큰 이익을 놓치게 되고 제분수를 모르고 남의 약점 찾기에 골몰하면 결국 남의 눈에 눈물흘리게 하려다 제 눈에 피내는 꼴이된다.

 

어제 막둥이의 부대장이 신병교육 수료식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오늘 모 일간지에 실린 박정희와 박태준의 운명적 만남이 군에서 이루어졌는데 우리집 막둥이가 신병교육을 받고 있는 사단의 이름이 있기에 흥미롭게 읽어보았다.

내가 들은바 그가 직원들을 다루는 것도 군대식이었다고 한다. 그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고도 그를 미워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그에게는 멸사봉공 정신이 철저하여 사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었기에 끝내 존경과 신뢰를 가진다고 한다.

포항제철을 일으킨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正道를 걷고 私心없이 국가에 헌신한 결과 국민 거의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그가 사사로운 이익을 채우려 했다면 많은 재산을 가질 수도 있을 법한 자리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으로 보면 깨끗하게 살다가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교육계에서 교실붕괴를 이야기 하고 있다. 師道가 없어지고 스승과 제자라는 말 조차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에게 사심없는 사랑의 회초리가 주어지고 학생에게 선생님의 사심없는 마음이 전달될 수 있다면 학생도 선생님의 회초리를 달게 받아들일 것이며 교실붕괴는 막아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