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가족이야기

사도의 길을 나서는 딸에게

거연천석 2012. 2. 9. 07:10

사랑하는 내 딸!

우선 임용시험 최종 합격을 축하한다!

그 동안 엄마 아빠와 떨어져 객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다행히도 그 고생한 댓가가 우리 가족이 처음부터 생각했던 일들이 최종합격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온 것으로 생각한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네가 어미 아비에게 보여준 것으로 충분히 네 앞길을 개척해 가리라 믿어왔던 것은 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는 너 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빛을 발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부모된 입장에서 네 수고와 노력에 고마움을 느끼며 앞으로 네가 생각해온 사도의 길을 또한 잘 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몇가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원대 캠퍼스에서>

회고해 보건데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제나이에 맞춰 입학하였는데도 초등학교 2년때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월반을 시키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었지 그 후 4학년 무렵인가 너의 언니 통학이 유리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너의 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우리 가족의 아픔이 있었지 그 때 나는 너를 껴안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저께도 친구 부부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당시에 네가 썼던 일기장을 보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잠시 흘린일이 있었다만 너가 일기에 남긴 언니 대신 '장녀 노릇을 잘 하겠다'는 결심을 읽었던 기억이 새로웠다 이제껏 사도의 길을 가기위해 달려온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 오래동안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중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막상 대학입학 결정 시기에는 너의 친구들과 비교를 하면서 세칭 SKY대학으로 향한 유혹과 너 자신과 갈등이라든가 어미 아비로서 사도의 길을 권유하면서 설득에서 강제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에도 합격했지만 그래도 시야를 좀 더 넓히고 전국권에서 모여든 학생들과 공부하고 혜택도 좀 더 많은 지금의 대학을 선택하였던 것이고 다행히 너의 동의로 우리 가족이 선택한 길을 만족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을 함께 기뻐하자!

너희 남매들을 키우면서 돈 버는 방면에서는 무능한 아비로서 무엇보다 긍지를 갖는 것은 어디가서 얘기를 하든 사교육 없이 이제껏 길을 찾아왔고 너희가 잘 따라 주었다는 것이다

 

여지껏 공부하느라 미용에 신경을 못써 얼굴에 여드름 치료도 받고 있고 이제 다음주부터 교원연수를 받게되지만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다시금 긴장을 해야할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비의 마음도 기쁘기도 하지만 찹잡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어느 분야이든 문제점이 없는 곳이 없겠지만 특히 교육분야에서는 교실붕괴, 학교폭력, 교권침해, 학생인권 침해 등등 각종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문제들을 접하면서 나이도 어리고 학생신분에서 생각해 왔던 문제들이 사회인 직업인으로서 당당히 맞서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물론 4년간 한가지 목표를 향해서 충분하게 준비해 온 것이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것이 인간사회이니 각오를 더욱 다져야 할 것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니 연수가 끝나면 다음달부터 일선에 서겠지만 나름대로 정립한 '바람직한 교사상'을 실현해 가리라 걱정도 하면서 또한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 아뭏튼 일선에서 우선 열심히 책임과 의무를 다 하면서도 사도의 길에도 여러 갈래가 있으니 자신을 갈고 닦는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우리 집안에는 사도를 걸었던 분들이 너의 종조부님을 비롯하여 많이 계시니 여려움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 아비와 어미를 통하여 의논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로 하자 특히 초등학교 어린이를 상대해야 하니 교사 행동 하나 하나가 어린 학생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겠지?

 

끝으로 처음 교단에 설 때의 마음을 끝나는 순간까지 잃지 않고 지키기를 기대하고 빌면서 너의 가는 길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2012년 2월9일 새벽에

아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