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나의 이야기

바쁘고 힘든 11월을 되돌아 봄

거연천석 2012. 11. 29. 21:39

 

2012년도 앞으로 한 달이 남았다.

조금 전에 아내의 55번째 생일을 맞아 딸아이와 셋이서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와

 지난 한달을 되돌아 보니 올해 12달 중에 아마도 가장 바쁜달로 남을 것 같다. 비록 12월이 남긴 하였지만...

따라서 이 번 달에 '불로그 포스팅'도 무척이나 소홀했던 변명을 할 수 밖에 없다.

 

 

 

 결실의 계절이라서 그런지 유달리 초대장이 많았던 한달이었고, 조상을 찾아보는 집안행사 그리고 아내의 육남매가 장인 장모님이 돌아 가신 후로 서로 만나 볼 날이 점점 줄어들어 소원해진다는 의견에 따라

매달 회비를 모으고 일년에 한 두번 만나는 모임을 하자는 제의가 있어

우선 염소 한 마리를 잡아서 단합대회를 치룬 셋째 주말.

불의 사고로 신랑을 잃은 후 자식들과 안동 시내에서 꽤나 외진 곳에서 살고 있는 

큰 처형 집에서 나머지 남매들의 짝이 같이 모여 그 동안의 회포를 풀면서 처음 서로의 짝을

만났던 기억을 얘기하며 거의 밤을 새웠던 일들...

 

 

 

매주 한 건 꼴로 결혼식 초대에 응하고 물론 겹치는 주에는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 한가지 중요했던 행사 중의 하나는 재종형님이 종중행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관계로 금년에는

 안동지방의 남씨 입향시조 향사에 有司라는 감투를 씌우는 바람에 평일에 시간을 내어

참석을 위해 힘든 하루를 보내는 일이 있었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 중가구리에 자리한 '남흥재사(南興齋舍)'는 경북 지정문화제 28호로 지정된 것으로

고려말 문신 '남휘주' '남민생' 부자를 받드는 재사다 여기에서 1년에 한 차례 음력 10월 15일에

향사를 치룬다.

 

남(南)가라는 성씨는 '김충'이라는 중국사신으로 풍랑을 만나 동해안 축산항에 표류하다 신라 경덕왕 대에 南으로 성을 받아 '南敏' 으로 남가의 시조가 되는 샘이다.

 

이번에 남흥재사에서 치른 향사는 안동지방에 자리 잡은 남민생의 자손 오형제:부사공파, 중령공파,

 수의공파, 회령공파, 만호공파 자손들이 함께 모여 행사를 치룬다.

 말하자면 안동지방 고을에 자리잡은 入鄕始祖의 추모행사라고 한다.

 

 

이번 행사에 처음 참석하면서 조상의 뿌리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고 생각되지만,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그 맥을 잇기가 점점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추모형식이 우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형식이 갖추어짐에 따라 추모하는 마음도 생긴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듯이

자신이 갖춘 외형적 차림에 따라 자신의 행동도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을

우리는 생활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본다. 그래서 나이 지긋하신 자손들이 거의

사라진 '갓'은 못 썼지만 도포를 입고 시제에 참석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아쉬웠던 것은 이런 행사를 주관함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뿌리가 자리 잡았던 터를 지키고 유지해 갈 젊은 일꾼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