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 내 생각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일 때

거연천석 2013. 3. 26. 18:39

 

 

 사람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때는 언제일까?

그 사람이 머물다가 떠난 자리가 깨끗하다면 뒷모습이 최소한 나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요. 어떤 집을 방문했을 때 현관 앞에 잘 정리된 신발을 보았다면 그 집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물러날 때를 잘 가리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본다. 또한 사람이 이 세상을 살다가 마지막 임종을 아름답게 장식한다면 비록 세파에 시달릴 때는 이런 일 저런 일 어지러운 삶이었을지라도 욕됨을 면할 수 있으리라.  

 

 '화장실 문화 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우리나라 공중화장실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다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고 쓴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휴게소 화장실에서 읽은 기억이 있지만, 이것은 누구나 자신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령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은 다음 그릇을 깨끗이 씻어서 되돌려 주기까지는 어려워도 최소한 잘 덮어서 집 앞에 내놓는다면 아마도 그릇을 거두어가는 사람이 그 집 사람들을 달리 생각하리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사람들 가운데 정치인들이 높은 순위에 든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존경받는 사람이 있는 것은 물러날 때를 잘 판단했던 사람들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각 인사를 비롯하여 중요한 직책에 앉을 사람을 고르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흠이 보이는데도 자신이 지혜롭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과 안타까운 생각을 떨치지 못했으리라.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다. 평범한 생활인이 아닌 국가의 중대사를 책임질 공인이라면 소크라테스가 말한 '악법도 법이다'라는 구절을 거론할 것도 없이 정직하고 깨끗한 삶이었는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추천과 권유가 있더라라고 우선 사양하고 볼 일이지만 끝까지 가다가 고꾸라지는, 어쩌면 아름답기는커녕 추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들추어내기 전에 스스로 성찰하여 지혜로운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하기야 '성인(聖人)도 제 그름을 모른다'라고 하였으니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장차 국가에 크나큰 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한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란 어려울 것이다. 국민 4대 의무는 기본이고 사소한 위법사항까지 도덕적으로도 흠이 없는 공인이라면 신뢰와 원칙을 중시할 듯한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전 이명박 대통령과 새로 취임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 이명박 후보가 수많은 흠결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국가경영 능력을 믿고 당선시켜 국가를 맡겼지만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버렸고 기대한 만큼 성과를 얻었는가를 생각하면 실망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 국민들은 아버지 박정희 모습과 어머니 육영수 모습 중에서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모습을 생각하면서 투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것은 아버지 모습에 가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왜일까? 지금부터 떠날 때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새롭게 가다듬고 나아가시기를 기대한다.

 

 

 

 출근 시간이 나보다 빠른 날, 폭탄 맞은 듯한 딸아이 방을 들여다보면서, 그대 떠난 자리가 부디 깨끗해서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셋방살이를 한다면 이사하고 난 자리가 깨끗해서 떠난 사람이 미워지지 않고, 직장을 옮겨 다른 곳으로 간다면 전(前) 직장에서 추천서를 붙여서 보내주는 사람이 되고, 친구 간에 금전거래가 있다면 헤어지기 전에 반드시 청산하여 신뢰받는 친구로 남고, 외출한 방은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가족들 손길이 갈 필요가 없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부디 언제 어떤 자리였던 간에 그대가 머물렀던 흔적이 어지럽고 지저분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를 가져 아름다운 그대 뒷모습을 기억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