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 내 생각

사주(四柱) 명리(命理)에 대한 생각

거연천석 2013. 11. 16. 07:21

우리 전통혼례에 납채 의례로 신랑의 사주(연월일시)를 신부 측에 보내는 절차를 말한다. 물론 그전에 신랑 되는 사람의 사주를 신부 사주와 맞춰 보면서 그 혼사가 원만한 혼사가 되는지 또는 궁합이 맞는지 사전에 어느 정도 알아본 뒤에 이루어지는 혼담의 합의 행위라고 본다. 요즘에는 산업사회 이전처럼 필수가 아닌 선택적으로 알게 모르게 결혼할 사람들의 사주를 맞춰 보고 궁합을  본다고 알고 있다.

 

 사주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내가 요즘 실직한 처지라 도서관에 들락거리며 사주명리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읽으며 느끼는 소감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나의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도 되겠다. 사주란 어떤 것이고 호기심으로 초보자가 알기 쉽게 설명한 책부터 이론서까지 읽다 보니 자신의 사주를 살펴보기도 하고 가족들의 사주도 어쭙잖은 실력으로 분석해 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서양적 사고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그렇다고 전혀 무시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양에도 별자리점이나 타로점 등 여러 예언 역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술(占術)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가 점성술이나 역술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인류가 우주에 존재해 온 이후 미래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마음은 항상 있어 왔기 때문이리라. 책을 쓴 사람조차 저자에 따라 얼마 동안 공부하여 영업행위를 하기 시작하면 사기꾼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막히게 알아맞힌 이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남의 인생살이를 읽어내고 남은 여생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것임은 분명한데 조상들 중에서 기막힌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 중에는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지를 이룬 사람이 나의 적은 견문으로도 몇몇 꼽을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부인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전설 같은 이야기가 지리산 계룡산 등 전국 가지에서 영감(靈感)을 높이기 위해 소위 道를 닦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일러 도꾼들이라고 한단다. 반면에 불교 쪽에도 고승들이 오랜 참선 생활로 상당한 경지의 道力 또는 法力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불교가 4대 종교에 들어간다는 陽性的 인식이 있어서일 것이다. 즉 그늘이 아닌 양지에서 영업행위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는 않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과학과 합리성을 내세우는 서양에서 출발한 기독교에서도 영성체험이다 신의 계시에 따라 신도들의 병을 치유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밖에도 풍수지리 관상 수상 족상 등 분야에서 알게 모르게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다만 어느 쪽이든 나약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아울러 궁금증이 있는 사람은 이들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에 앞서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실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도 '사주' '명리'를 입력하면 엄청난 수의 사이트들이 난무한다. 웬만한 도시에서는 아예 사주 점집 골목이 형성되어 있거니와 주택가에도 대나무를 높이 세워둔 집들이 눈에 띈다. 이런 사정을 볼 때 첨단 과학 산업사회에 살면서도 우리는 아직도 자신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버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호기심이든 재미 삼아 서든 끊임없이 수요가 있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은 있다는 경제논리에 따라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공부를 하든 다른 역술인의 힘을 빌리든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고 어느 정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그리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자신의 사주에 대하여 너무 숙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개선 보완해 간다는 의미를 둔다면 극구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주에 목성(木性)이 너무 많이 들었다면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벌이는 경향이 강하다면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골라서 몰입하여 파고 들어서 마무리를 잘해 나가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청년이라면 더욱 일찍 자신을 안으로 살피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미래 삶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될 것이요 나처럼 어느 정도 삶의 마무리를 해 나가야 할 입장이라면 살아오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충하는 기회로 삼으면 되겠다. 왜냐하면 이 우주상에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은 피해 갈 수 있고 그마저 안되면 중단할 수 있으니 사람의 일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불가에서는 '一切 維心造'라 하던가?

 

 사서삼경 중에 역경(주역)이 들어 있고 공자도 주역을 가죽끈이 세 번 떨어질 정도로 말년에는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역의 올바른 이해는 우주가 펼쳐지는 원리를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펼쳐놓은 것으로 인간이 우주 속에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리적으로 살아 禍를 福으로 변화시켜 가면서 살아가는 지혜로움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역술에 치우치다 보면 양지가 아닌 음지의 학문으로 빠지는 어리석음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자신이 갈고닦은 실력으로 인생 상담을 하고 있는 분들 중에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지만, 생계 수단을 찾다가 막다른 길에서 본의 아니게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길로 접어드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받아들이는 사람의 현명한 선택이 앞서야 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