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에너지 소비
내가 사는 지역은 요즘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육박한다.
국정농단으로 온 국민이 분노의 촛불 집회로 문재인 정부가 태어나 얼마전 탈핵화를 선언하며 노후된 고리 1호 원자력 발전기를 정지 시키고 또한 건설 중인 고리 원전 5,6호기 중단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우리가 살면서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편에서는 에너지 수급에 대한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에너지 소비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당장은 에너지 공급체계에 대한 우려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한다면 친환경적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핵화로 에너지 수급에 대한 걱정은 이미 체화된 에너지 과소비 성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본다. 당장 우리 집의 경우를 보더라도 나와 아내는 어릴 적 호롱불 밑에서 공부한 경험은 자식들 세대가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오늘날 겪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극지방 얼음이 녹고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가 사는 이 땅에 펼쳐지는 아열대 기후와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는 현상을 겪으면서 분명한 것은 소비를 줄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흔히 하는 말로 한 때 잘 살던 사람이 생활의 어려움이 닥쳐서 겪는 고통을 이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왕의 소비성향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를 든다면 에어콘(air conditioner) 사용에 익숙하던 사람이 선풍기로 바꾸기도 어려울 것이요, 평소 승용차로 출퇴근 하던 사람이 택시나 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그 조차도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초조해지게 되고 답답한 생각이 들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승용차를 끌고 나서게 된다. 말하자면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왜 이처럼 해마다 여름 날씨가 더워지는가를 생각하면, 산업화에 따라 기본적으로 인구가 도시에 집중해서 생활하고 있고, 늘어난 인구 수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많을수 밖에 없으니, 대기권은 기온이 오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 내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몰라도 한 해 여름에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친 기억이 거의 없다. 초저녁에 더위를 느끼지만 새벽녁이면 이불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밤잠을 설치면서 새벽녁 전화기에 뜨는 현재 기온을 보면, 일반적 여름 한낮의 여름 기온인 섭씨 30도를 가리키는 날도 있으니 이건 뭐 열대야를 초월하는 날씨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불과 몇년 전의 여름 날씨에도 비교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이 지역에서 열대 과일 '바나나'가 열린다고 뉴스로 전하더니 '파초'로 전문가의 결론이 나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에너지 문제와 더불어 가까운 예로는 우리의 도로 사정이 3~40년 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아지고 넓이 또한 넓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늘어나는 자동차 행렬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만이 좀 더 원할한 교통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것과 에너지 문제도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같다고 본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조금 거리가 멀다면 자전거를 이용하여 운동을 겸한 화석에너지 사용을 억제하는 수단을 많이 이용하는 것과 같이 탈원전 혹은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연구 발전시키는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살아 간다는 것은 반드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의 희생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가까이는 조상들과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음에 오늘날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고, 수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쓰는 지역 사람이면 많은 수몰민들이 고향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았긴 아픔과 희생이 있었고 송전 과정에서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민들의 희생도 있을 것이고, 원자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쓰는 지역의 사람이면 그 발전소 근처의 사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가능한 한 아껴쓰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서 곡식을 생산한 농부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곡식 한톨도 함부로 할 수 없듯이,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누군가의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국 피상적으로 이해할 뿐이지만, 자신을 되돌아 보는 마음이라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이 에너지를 아끼는 마음으로 연결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