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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아제비, 올 조카

며칠 전 전화기에 낯선 번호가 있어서 답신(call back)을했습니다. 알고 보니 2년 전쯤 남편과 사별한 질부였습니다. 평소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고 집안 길흉사 때나 만나던 터라, 제 전화기에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아 무음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이동 중이라 확인이 늦었졌는데, 통화를 해보니 하나뿐인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참석여부는 확실히 답하기 어려워 "일단 청첩장을 보내라"고 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이후 거실 소파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우리 옛말에 "그루 아제비, 올 조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저는 집안의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 나이 차이가 많은 형님들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아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에서

내가 아는 범위에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사는 남자들은 흔히 군대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 역시 오늘은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올해로 꼭 50년 전 일이네요. 1976년 8월 10일 대학 3년 1학기를 마치고 회갑을 2~3년 앞둔 부모님과 중앙선 기차역(안동)에서 아쉬운 이별을 하고 논산훈련소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특히 막내아들이 국방 의무 수행을 위한 이별이지만 당시 어머님의 아쉬워하시던 모습이 어른거리네요.지구대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다시 받는 등 일주일간의 대기병 생활을 거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날이 8월 18일이었습니다, 저와 같거나 비슷한 세대의 분들은 요즘 아들 세대들의 병영생활과는 참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시며, 당시..

잊을 수 없는 기억, 그리고 삶이 남긴 성찰

오늘은 내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잊지 못할 이야기 하나를 풀어보고자 합니다.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1979년 1월이나 2월 무렵, 하얗게 눈이 쌓여 있던 시골 고향 집이었습니다. 어두운 밤, 뒤뜰에서 펄쩍펄쩍 뛰는 이상한 소리에 깬 나는 밤손님이라도 들어온 줄 알고 나무 몽둥이를 들고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담을 넘어 탈출하려는 어린 송아지 만한 노루를 본 순간, 당황한 마음에 몽둥이를 몇 차례 휘둘렀고 노루는 이내 쓰러졌습니다.불을 켜고 자세히 살피다 노루의 목에 단단히 감겨 있는 굵은 철사, 즉 올무를 발견한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올무에 걸려 고통받던 그 작은 생명이 어둠 속에서 마주친 나를 향해 마지막 구조의 손길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한꺼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