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픈 글귀

상인일기

거연천석 2009. 3. 15. 21:58

     

                      -시인 김연대-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店鋪)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하늘에 별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장부엔 매상(賣上)이 있어야 한다.

 

메뚜기 이마에 앉아서라도

전(廛)은 펴야 한다

강물이라도 잡히고

달빛이라도 베어 팔아야 한다

일이 없으면 별이라도 세고

구구단이라도 외어야 한다

 

손톱 끝이 자라나는 황금의 톱날을

무료히 썰어내고 앉았다면

옷을 벗어야 한다

옷을 벗고 힘이라도 팔아야 한다

힘을 팔지 못하면

혼(魂)이라도 팔아야 한다

 

상인은 오직 팔아야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해야하는 사람

그러치 못하면 가게문에다

묘지(墓地)라고 써 붙여야 한다.

 

 영업의 의미가  폭넓게 쓰여지는 오늘날, 가슴을 찌르는 절실한 詩다.

'다시 읽고픈 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사람의 벽돌공 이야기  (0) 2009.03.19
인생  (0) 2009.03.1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0) 2009.03.14
보이지 않는 책  (0) 2009.03.14
사람에 대하여  (0) 200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