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한 우리 집 '진돗개 블랙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 집에서 개를 기르게 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우리 가족이 진돗개를 기른지는 13년째로 먼저 기른 개는 진돗개 황구로 작은 누님께서 큰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온 가족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마침 누님네가 기르던 진돗개가 새끼를 여섯 마리를 낳아 우리 가족들을 슬픔에서 건져내려는 뜻으로 강아지를 길러 보라고 새끼 여섯 마리 중에서 가장 똘똘한 놈을 골라서 주었다 그래서 원래 개를 기르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던 우리 내외는 호의를 받아들여 길러 보기로 하였었다. 물론 아이들은 대환영이었지만.... 그 후 '순복'이라는 이름으로 11년을 기르다 결국 나이도 많아지고 유선 종이라는 일종의 유방암 같은 것에 걸려 한 차례 수술을 했으나 다시 재발하여 죽음에 이르러 마당 구석에 묻어주었다. 그런 후 몇 달이 흐른 뒤에 집안이 허전하고 왠지 집 지킬 사람이 없는 것처럼 어딘가 아쉬움이 날로 더 하여 특히 딸아이와 아내가 못 견디게 졸라 다시 개를 구해 보기로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방학을 맞은 딸아이가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가 2010년 여름 시기적으로 적당한 '진돗개 블랙탄'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방문해서 어미와 새끼들을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젖 뗄 시기를 맞추어 다시 방문하여 데려 오기로 마음먹고 나섰다 그리고는 직접 살펴보고 나서는 당장 데리고 가자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억지로 달래서 며칠 뒤 돈을 마련하여 오기로 하고 돌아왔다.
원래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동물이 어리거나 새끼일 때가 훨씬 귀엽고 사랑스러운 법이라 하루빨리 데려와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닦달을 하는 바람에 사흘 후 젖 뗄 시기를 맞추어 딸아이 품에 안겨온 것이 지금의 우리 집 진돗개 블랙탄(이름: 태양이)이다 하루 이틀 딸아이와 같은 방을 쓰면서 안쓰러움을 면한 후에 집을 마련하고 강아지 사료와 몇 가지 강아지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고 기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이 놈도 2년째이니 개의 나이로 따지면 사람에 비하여 청년 시기라 성장은 완전히 다 한 셈이다. 강아지 때는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침 또는 저녁에 산책과 훈련도 하였었다 그러면서 동물 특히 개는 자기를 귀여워하고 사랑해 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아채는 것을 느꼈다. 진돗개가 영리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길러보니 쓸데없이 짖는 일이 적고 처음 주인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황구를 기르던 때 딱 한 번 새끼를 3마리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를 아내 친구에게 길러 보라고 주었는데 그 친구가 집에서 기를 수 없는 형편이 되어 시골에 계시는 어른들께 보냈는데 그 후로 성질이 사나워지기 시작해서 원래 주인이었던 아내 친구 외에는 접근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어 결국 얼마 후 총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진돗개의 주인을 향한 마음 그 충직 성을 굳게 믿는다 이전에 '돌아온 백구'라는 동화 같은 실화 진돗개 이야기를 책으로 읽었지만......
본론으로 돌아가서 딸아이 교원 연수 첫날을 마치고 돌아와 3점 차이로 2년 전 졸업한 선배에게 수석 자리를 빼앗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는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가 군에 간 막내가 지 누나 생일 축하전화 겸 면회를 한 번 왔으면 하는 바람의 전화를 받고 있는데 이층 집에 누군가 방문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태양이(진돗개 블랙탄)'가 짖기 시작 전화 통화에 방해가 되기 시작했다 보통 낯선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이 일단 집안에 들어가고 나면 짖음을 그치는데 오늘은 계속 짖는 것이다 이제껏 예로 보면 음식 배달 가스배달 택배 오는 사람 등 일단 상황이 끝나면 짖기를 그친다 또는 주인이 나가서 달래면 조용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처음에는 조금 후에 그치려느니 하고 기다렸으나 짖음이 계속되길래 혹시 이웃에서 너무 시끄럽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마당에 나가서 달래고 들어왔으나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짖기를 반복하니 아내가 저녁 먹이를 주면서 달래고 들어왔는데 먹을 때는 조용하더니 다시 짖는 것이다 다시 내가 나가서 대문 밖을 나가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집 주위를 살펴보아도 별다른 소리나 이상한 기미가 없는데도 반복적으로 커~ 커~거리는 것이었다 옆에 있을 때는 짖음을 멈추었다가 방안에 들어오니 다시 짖는 것이다 결국 달래기를 포기하고 방안에 들어와서 30분 정도 지나서 이층 집에 방문했던 사람이 나가는 소리가 나더니 그 이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짖기를 멈추었다
개가 사고하는 힘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우리 집 지붕 아래 늘 출입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왔다가 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쥐구멍에 들어간 쥐를 기다렸다가 기어이 잡아버리는 진돗개 사람에 비하면 강한 집념을 말하는 것인지 어쨓튼 자기대로 수상한 상황이 종료된 뒤에야 조용하게 있는 것을 보고 우리 가족들은 한 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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