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입대한지 3개월 지나면서 면회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환경에 접하면 3개월이 고비라는 말이 있다. 취직을 하든지 또는 어떤 취미활동을 하기 시작하든지 지속적으로 끈기있게 버텨 나가려면 고비가 오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군에간 아들도 3개월에 접어들면서 자꾸 면회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신병교육을 마치고 모녀간에 퇴소식에 참석하면서 얼굴을 보고 왔지만, 자대에 배치 받고 신참생활을 하면서 다소 힘들었는지 아니면 주위에서 면회를 오는 선임들이 부러워서인지 전화를 하면서 자주 면회이야기를 하길래 어렵게 시간을 내어 보기로 마음 먹은 후, 소대장에게 전화로 면회 외박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일정을 잡았던 것이다.
초임 발령을 받은 지 누나를 포함 3명이 가려던 계획이었으나, 신학기 초인데다가 신임이라 잡무처리 등 등 일거리가 많이 생겨 도저히 시간에 쪼들려 아내와 둘이서만 나섰던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그곳에 도착하여 여기저기 찾아 다니기에 무리한 생각이 들고 교통비에 있어서도 비록 기름값이 비싸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로서는 편도 4시간 이상 장거리 운행과 승용차로 낯선 곳으로 가는 터라 가까이 사는 친구의 네비게인션을 빌려서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미리 인터넷으로 몇 군데 가볼 곳과 이동경로를 검색하여 살펴보기는 하였지만 완전히 네비게이션만 믿기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다 분기점에서 진입 시기를 놓치면 우회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던 경험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제 시간에 도착하려고 신경을 쓰면서 가다보니 다행히 제대로 찾아갔다. 아들이 근무하는 곳이 도심이기는 하지만 산속 진지생활이라 찾기가 쉽지는 않아 부대와 전화로 연락을 취하며 찾아 갔던 것이다.
드디어 부대 입구로 나오는 아들을 보면서 기쁨도 잠시 얼굴빛이 그렇게 밝지 않아서 일단 차에 태우고 부대를 빠져 나오며 얘기를 들어 보니, 부대에서 전날부터 속이 불편하여 소화제도 먹어보고 약간의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좋은 컨디션이 아니란다. 곧 바로 약국을 찾아 나서다가 기왕에 외박이 허용되었으니 아예 병원을 찾아서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나을 듯 하여 일산 호수 공원 근처에 마침 가정의학과 의원이 있어서 찾아들어 갔다. 친절한 의사선생님의 진찰로 유행성 장염으로 진단 받고 주사와 약을 받고 주의 사항을 듣고 나와 무엇보다 일찍 쉬게 하려고 모텔을 알아보니 주말 오후라 예약이 불가능하단다. 사연인즉 주말에 모텔은 대실(貸室) 손님(?)이 많아 저녁 9시나 10시가 지나야 숙박 손님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세태를 알게 되었다. 할 수 없이 호수공원에 주차를 하고 아들은 차안에서 편안한 자세로 잠을 자도록 해 두고 아내와 나는 호수공원을 돌아보고 마침 '수도권 난초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둘러보며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씩을 찍어두고 도심을 좀 벗어난 외각에 자리 잡은 모텔을 알아 보기로 하였다. 군인 아들은 의사 선생님의 말이 되도록 속이 편하게 금일은 죽을 먹고, 먹고 싶은 고기나 기름지고 맛있은 것은 절제하라고 당부를 하니 죽집을 찾아 가서 전복죽을 주문하면서, 부대에서 멀지 않은 곳의 모텔을 인터넷 검색으로 부탁하여 전화를 하였더니 일찍 숙박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골아떨어진 아들을 태우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고양 꽃 전시회로 유명한 일산 호수공원 안 '수도권 난초 전시회'에서>
빌린 네비게인션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아 겨우 겨우 숙소를 찾아가니 군인을 동반한 가족을 보더니 모텔 측에서 조용한 방을 골라 주는 배려를 하였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아내와 나는 참으로 때 맞춰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한 몸으로 신참병이 부대에서 제대로 의사표현도 마음대로 하기도 어려웠을텐데, 마침 면회 외박 시간이 맞았으니 병원진찰도 받고, 하룻밤이지만 마음놓고 쉬게 할 수 있었으니 무엇보다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한 컷>
<원당 목장과 경마교육원 입구>
모텔에서 아내와 둘이서 걱정을 하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몸이 조금 회복되어 아침 겸 점심으로 기름기 없는 된장국이나 한식집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오전 열시를 넘기며 모텔을 나섰다. 원래 원당쪽에 서삼릉 서오릉을 살펴보고 시간이 더 허락되면 행주산성에도 가볼 계획이었으나 서삼릉쪽으로 가다가 적당한 한식집이 있으면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전화로 면회 외박을 요청할 당시에는 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몸 상태가 안 좋으니 고기 종류는 다음달 쯤 4박 5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니 그 때 집에 와서 먹기로 미루어야 되었다. 아내와 나는 보리밥에 야채로 비벼먹고 군인은 쌀밥 한 공기와 된장 국물로 식사를 하고 아쉬움에 도토리 묵을 한 접시 시켜먹였다. 묵 종류가 해독작용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천천히 마치고 서삼릉을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원당목장과 경마교육원을 약간은 꽃샘추위인 듯 쌀쌀해진 날씨지만 산책 삼아 돌아보았다.
군인이란 밖에 나와도 군기가 빠져서는 안되는지라 부대를 나온 이후 부모님과 동행하고 있음에도 수시로 부대와 연락을 취하고 어디에서 누구와 있는지를 보고하고 있었다.
귀대해야 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 오자 고기가 먹고 싶은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지 어쩌면 먹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하길래 큰 시장을 찾아서 부대에서 부탁받은 심부름과 부모님이 면회왔다 가면 부대에 남았던 병사들이 은근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있겠으므로 소대원들이 골고루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면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리고기를 사먹이기로 하고 적당한 식당을 알아보니 마침 한 군데를 소개해 주었다. 시간상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은지는 2~3시간 지났으니 부대를 나온 이후 먹은 죽까지 토해버렸으니 속은 허전해서인지 오리고기를 먹겠다는 것이다. 오리고기는 그래도 기름기가 적으니 먹여보기로 하고 훈제 반 로스구이 반으로 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기로 하였다.
그럭저럭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대에 연락을 취하고 귀대시간이 저녁 7시로 약속되었지만 조금 일찍 하직하기로 하였다. 아내와 둘이 돌아오는 시간도 고려해야 하므로 부대로 향하였다. 산 진지 입구에 도착할 무렵 연락을 받은 소대장님이 우리를 맞으려 나오셨다. 비록 나라에 맡긴 자식이지만 보살펴 줄 상관이니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약간의 간식거리를 전해주면서 다음 휴가를 기약하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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