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나의 이야기

다시보는 천문대길과 별빛로

거연천석 2013. 6. 17. 08:36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은 일찌기 교통의 요지로 자리 잡았다. 경부선과 중앙선을 대구선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대구에서 고향 안동을 왕래할 때는 철로를 이용할 때는 당연히 영천을 경유하는 것이지만 일반 도로를 이용할 때 중앙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邱安(대구 - 안동)국도만 있을 당시 명절때 교통체증이 심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우회하기도 하여 곧 잘 경유하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 예상 기온이 섭씨 30도를 상회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며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래 만에 아내와 딸아이 모두 거의 집앞에 세워둔 자동차를 이용하여 드라이브 계획을 세웠으나 딸아이는 학교 잡무처리가 있다고 하고 아내는 밀린 잠을 자야 한단다. 오전 10시를 넘기면서 나홀로 자전거 여행을 세워 아이들이 어릴적 보현산 천문대를 갔던 일을 떠올리며 천문대길과 별빛로로 이름한 영천 화북 횡계구곡을 돌아보리라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왕복거리를 대충 계산해보니 자전거길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국도를 이용하면서 약간씩 우회를 각오해야 한다면 왕복 150km는 되겠다. 그러면 더운 날씨에 무리해서 왕복하기가 조금은 망설여지고 저녁까지 돌아오려면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닌듯 하여 자전거를 차에 싣고 영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여 볼 생각도 해 보았으나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볼만한 곳에 언제든지 구경할 수 있는 자전거가 있으니 그냥 자전거로 하리라 각오를 다시하고 물과 약간의 간식을 챙기고 점심식사는 영천쪽에서 해결하리라 생각하고 나섰다.

 

 

 

 4번 국도를 이용하여 달리기 시작 대구시를 벗어나기를 한시간 이상 소요하였으나 오전이라 비교적 상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자동차들의 매연에 시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옆을 지나칠 때는 퍽이나 위협을 느낀다.

정오를 넘기면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니 라이딩이 점점 힘들어진다. 해를 안고 검은색 배낭이 햇빛을 흡수하니 등쪽이 뜨뜻할 정도가 된다. 달리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그러나 약간의 바람이 있어서 내리막을 달릴 때는 무척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마음이 가벼워진다.

 

 

 영천시가지를 지나면서 의성 청송방면으로 28번 도로와 35번 도로가 만나는 곳을 찾기에 헷갈려 영천 경찰서 순찰차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인 28번 국도쪽 진입을 막으며 다른길을 안내해 준다. 영천 시내를 거치면서 구(舊)길 청송방면으로 가는 길을 안내받고 진입한 길을 되돌아 나와 길찾기에 정신이 없어 점심식사도 잊어버리고 청송 현서방향 표지판을 보면서 20km 정도의 천문대로를 달리면서 자천 오리 장림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화남 농협구판장을 지날 무렵 시장기와 갈증을 느껴 수퍼에서 갈증 해소를 위해 맥주 한 캔과 물이 부족하여 생수 한 병을 샀다. 자전거를 탈때도 당연히 음주는 안되지만 물을 먹어도 갈증해소가 어려울 때는 500CC 캔 맥주 하나로 갈증해결되니 가끔 이용한다. 약간의 휴식을 가진 후 화북면으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모든 도로라는 것이 자동차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대부분 국도가 차선을 제외하면 걷거나 우마차를 비롯한 기타 운반기구 예를 들면 경운기 등이 다니기에는 좁고 위험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요즘들어서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운행거리 단축 자동차 전용도로는 아예 원천적으로 자동차외는 진입을 허용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천문대로에서 별빛로 진입길은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길이다. 횡계구곡을 따라 들어가면 군데군데 민가들이 있고 모고헌, 옥간정을 비롯한 정자들이 있고 자양댐이 있으며 정각리라는 마을도 보현산 천문대로 오르는 길 주변이 민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별빛로에 들어설 무렵 시간은오후 4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이라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길에 MTB자전거를 캐리어에 고정 RV차량 별빛로를 벗어나는 한무리를 보면서 모고헌 옥간정을 돌아보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세수를 하고 피로를 풀면서 이제 돌아갈 길이 아득하게 느껴져 밤 10시 이전에 도착하리라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보지만 피로감이 있고 엉덩이와 사타구니 그리고 목과 어깨와 팔도 아프다.

 

  

 

 

 

 

  

 

 영천에는 단심가로 너무도 유명한 포은 정몽주 선생을 배향하는 임고서원이 있고 이 곳 횡계구곡에 정자와 서당을 지어 후학을 기른 정만양 정규양 두 형제도 연일 정씨를 대표하는 분들로 알고 있다. 전국 방방 곡곡 계곡과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구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 많고 거기에 운치있는 정자를 짓고 자연을 관조하면서 후학을 기르는 멋을 간직한 우리 조상들 마음은 사라지고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호화로운 별장이나 러브 호텔을 지어서 혼탁한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풍광을 깨트리는 일만 일삼고 있으니 그 한심한 작태를 어찌해야 할까

 

 

  

 

늦게 출발하여 더위와 싸운 하루는 정말 힘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거의 초죽음이 된 듯 대구에 들어 서면서 아무래도 저녁을 해결하고 에너지를 보충해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걱정하면서 기다리는 아내에게 전화로 저녁식사를 하고 힘을 내어 집에 들어가겠다고 . 어둑해진 길가 눈에 띄는 국수집을 들어서니 남자 사장님이 혼자 지키고 있다. 시원한 잔치국수를 주문하고 10여분을 기다려 푸짐하게 면을 많이 넎고 국물이 아주 시원해서 한그릇 먹고 나니 힘이 좀 났다.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아직 10여Km를 행군해야 한다.

 

그렇게 힘들었던 과정이 블로그에 사진 몇 장 포스팅하는 것 외의 성과는 무엇일까?

며칠 간 더부룩했던 속이 개운하고 땀으로 내몸의 찌꺼기를 쏟아내고 마음이 맑아졌는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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