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 내 생각

오비이락(烏飛梨落)

거연천석 2013. 9. 15. 05:06

 검찰총장 사퇴를 보면서

 

 새 정부가 출발하면서 검찰의 개혁을 약속하였고 국민들 기대에 상당히 부응하는 일들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느닷없는 암초를 만난 듯 검찰총장이 바뀌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 보건대 여태껏 살아있는 권력 시녀에 불과하고 힘 빠진 권력에는 강하고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온 검찰이 이전 모습과는 달라진다고 생각한 것이 지나친 것이었나? 국가의 먼 장래를 생각하는 정권이었으면 하는 기대는 잊어야 하는 것인가? 말하자면 정권 입맛에 따라 사안을 판단하는 사례가 되풀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국민 대다수는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막상 권력을 잡은 이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은 짐작한다. 그러나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올바른 법 집행은 물론이거니와 바람직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르는 소신 있는 검찰 역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모 일간지 검찰총장 혼외 아들 보도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태는 검찰총장의 개인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려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하여 집권여당과 행정부의 다소 상충되는 검찰 입장을 국민들이 보면서 혹시 집권 여당과 행정부가 자신들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일련의 사안과 겹쳐지기 때문에 공직자 직무 관련 도덕성이 문제이지 검찰개혁의지를 위축시키는 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 표명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새 정부가 출발하여 검찰이 보여준 모습은 앞으로도 모처럼 제대로 검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초유 사태를 보면서 역시 집권당과 행정부는 정권 입맛에 맞는 검찰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한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간지 기사 취재에서부터 보도 내용과 검찰총장 감찰 그리고 사퇴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나 같은 민초 생각에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치권에 몸 담은 사람들은 당연히 불협화음을 감지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무튼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검찰 길들이기로 비치는 행위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 숨은 뜻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상승하는 박근혜 정부 인기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 될 것이다. 심리학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정부는 참으로 위험한 지경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