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딪치다' 와 '부딪히다'
'부딪치다' 와 '부딪히다' 는 발음상 전혀 구별되지 않기 대문에 이 둘이 쓰임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면 언제든지 잘못 쓸 가능성이 있다. '부딪치다' 는 능동형인 '부딪다' 에 어감상의 차이만 주는 강세의 접미사 '- 치 -' 가 결합한 형태이고, '부딪히다' 는 '부딪다' 에 피동의 접미사 '- 히-' 가 결합한 형태이다. 즉, '부딪치다' 는 능동사이고, '부딪히다' 는 피동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능동적인 의미로 쓰이느냐, 피동적인 의미로 쓰이느냐를 기준으로 구분해야 한다. 가령 "철수가 길을 가다다 차에 부딪쳤다/부딪혔다." 의 경우 상황에 따라 두 가지 형태가 쓰일 수 있다. 즉, 철수가 길을 가다가 서 있는 차에 부딪는 것은 철수의 능동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부딪치다' 형태가 쓰이고, 철수가 길을 가는데 차가 와서 철수를 부딪는 것은 철수가 당하는 피동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부딪히다' 형태가 쓰이게 된다.
8. '같아' 와 '같애'
"이 책은 내용이 참 좋은 거 같아." 와 같은 예에서 '같아' 를 흔히 '같애' 로 발음하곤 한다. 발음을 이렇게 하니까 표기도 발음을 따라서 '같애' 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리 좀 앉아." 의 "앉아' 를 '앉어' 로 발음하고 표기하는 것, "네 말도 맞아."의 '맞아' 를 '맞어' 로 발음하고 표기하는 것도 같은 현상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발음이 표기와 달라서 발음뿐만 아니라 표기도 잘못하게 되는 예들이다. 그러나 어미 '- 아/어'는 모음조화에 따라, 즉 'ㅏ', 'ㅗ' 모음 뒤에서는 '- 아' 를, 나머지 모음 뒤에서는 '- 어' 를 쓰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반드시 '같아' , '앉아', '맞아' 등으로 써야 한다.
9. '알맞은' 과 '알맞는'
"괄호에 ...... 말을 골라 쓰시오." 와 같은 예에서 '......'에 '알맞은' 을 써야 할지, '알맞는' 을 써야 할지 혼동아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관형사형 어미 '- 는' 이 결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동사 어간이냐 형용사 어간이냐에 의해 결정된다. 즉, '알맞다'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알맞는'이라는 형태는 잘못쓰게 되는 데에는 '맞다' 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맞다' 는 동사이기 때문에 '맞는'이라는 형태가 가능한데, 일반 사람들이 이것에 영향을 받아 '알맞는'이라는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다. '걸맞다' 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신분에 ...... 행동을 해야 한다." 와 같은 경우에 흔히 '걸맞는' 이라는 형태를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걸맞다'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이기 때문에 '걸맞은' 의 형태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10. '어떻게' 와 '어떡해'
"네가 이러면 난 어떡해?"와 같은 예에서 '어떡해' 대신 '어떻게' 를 쓰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이 역시 발음상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잘못이다. 그러나 이때의 '어떡해' 는 '어떻게 해' 가 줄어든 말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지금에 와서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어떡하지?" 등과 같은 예에서 '어떡하-'는 '어떻게 하-' 가 줄어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는 부사로 쓰이는 것으로 서술어 자리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만에' 대신 '오랫만에'를 쓰는 것, '금세' 대신 '금새'를 쓰는 것 등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는 '오래간만에'가 줄어든 말이고, '금세'는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표기해야 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1. '잇달아' 와 '잇따라'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대형 산불이 ...... 일어났다."와 같은 경우에 '......'에 '잇달아' 를 써야 할지 '잇따라'을 서야 할지 망설이게 되곤한다. 그런데 '잇달다' 와 '잇따르다' 는 둘 다 '어떤 사건이나 행동 등이 이어 발생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불우한 이웃에 대한 각계의 성원이 잇따랐다/잇달았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잇달아' 와 '잇따라' 또한 같은 용법으로 사용된다. '연달다' 도 '잇달다', '잇따르다'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연달다' 는 주로 '연달아' 의 형태로 쓰이며 문장 종결형으로는 자연스럽게 쓰이지 못한다. 즉,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대형 산불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자연스럽지만, "불우한 이웃에 대한 각계의 성원이 연달았다."는 매우 어색하다.
12. '것' 과 '거'
의존명사 '것' 은 구어에서 '거'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나는 집에 갈 거야.", "내일 가는 게 좋겠다." 등과 같은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것' 을 문장에서 '거' 로 쓴다고 해서 표기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 는 구어에서만 사용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는 경우이외에는 글에서 '것' 을 '거' 로 써서는 안 된다. 가령, "언어단위 중 가장 작은 걸 음소라고 한다.", "품사는 단어를 기능과 형식 그리고 의미를 기준으로 나눈거다." 등과 같이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때의 '걸' 과 '거다' 는 각각 '것을' 과 '것이다' 로 써야 한다.
이상 틀리기 쉬운 한글 맞춤법 12가지를 살펴 보았지만 보통 글을 쓸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쓰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쓰고 난 후에도 몇 번이라도 퇴고 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맞춤법에 맞는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쓰기> 고성환 . 이상진 공저
KNOU PRESS 한국방송대학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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