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말기, 제나라에 안영(晏嬰)이란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그는 영공, 장공, 경공 3대에 걸쳐 재상을 지내며 50년 동안 집정하면서 제나라를 중흥시켜 제후들 사이에 이름을 떨쳤다. 司馬遷은 『史記』에서 안영을 검소하고 신중하며 왕을 보필할 때도 소신을 가지고 임한 명재상이었다고 칭찬했다. 공자도 안영의 훌륭한 인품과 학덕, 탁월한 지혜를 인정하고 그를 현인으로 대우했다고 한다.
안영은'귤화위지/남귤북지'와 관련된 고사로도 유명하다. 춘추시대 말기 어느 해 초나라 영왕이 그를 초청했다. 당시 안영이 명재상으로 제후들 사이에 이름을 떨쳤기 때문에 안영을 만나 보고 싶은 욕망에서였다. 그러나 명성과는 달리 직접 대면한 안영의 모습은 왜소하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를 본 영왕은 실망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안영은 "사람이 많이 있지요"라고 대답했다. 초왕은 다시 "사신으로 보낼 사람이 그렇게 없소?" 라고 물었다. 안영의 왜소하고 보잘것 없는 외모를 비웃는 영왕의 말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예, 저희 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 중에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에 오게 되었습니다." 초나라가 작기 때문에 왜소한 자신이 왔다는 말이었으니 영왕이 오히려 망신을 당한 것이었다.
첫 인사부터 호되게 당한 초왕은 안영의 기를 꺾고자 수하 관리를 시켜 죄인을 결박해 끌고 가도록 연극을 꾸몄다. 이를 본 초왕이 "저 죄인은 무슨 죄가 있어서 끌려가느냐"고 묻자 관리는 "이 죄인은 제(齊)나라 사람이온데, 도둑질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초왕은 안영을 보며 다시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오?" 안영에게 모욕을 주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초연한 태도로 말했다. "강남에 귤(橘)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枳)가 되는 것은 토질 때문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을 모르다가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니, 역시 초나라의 풍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기지와 태연함에 초왕도 감탄을 했다고 한다.
'귤화위지'는 오래된 고전 『주례(周禮)』의 「고공기(考工記)」에 나오는 말로,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라고 성장하는 풍토나 조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후 이 말은 어떤 것이든 환경이 변하면 그 성질 역시 변하게 된다는 넓은 의미로 자주 쓰인다.
출처: 한국방송통신대학 출판부 『중국문화산책』 <장호준 김영구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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