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산문선(전9권) 가운데 3권에서 韓百謙의 '接木說'을 읽어 보겠습니다.
余家園中有桃樹, 其花無色, 其實無味, 腫柯叢枝, 無可觀者. 前春, 借隣居朴姓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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接紅桃枝, 以其花美而實碩也. 當其斬斫方長之樹, 附接一小枝也, 余見之殊用齟齬,
접홍도지 이기화미이실석야 당기참작방장지수 부접일소지야 여견지수용저어
旣而日夜之所生, 雨露之所養, 茁然其芽, 挺然其條, 曾未幾時, 蔚然成陰, 及乎今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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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葉大暢, 紅羅綠綺, 燦爛交輝, 眞奇玩也. 噫, 一桃樹也, 地不易土, 根不易種, 只接
화엽대창 홍라녹기 찬란교휘 진기완야 희 일도수야 지불역토 근불역종 지접
得一線之氣, 成幹成枝, 英華外發, 顔色頓變, 使見者刮目, 過者成蹊, 爲此術者, 其知
득일선지기 성간성지 영화외발 안색돈변 사견자괄목 과자성혜 위차술자 기지
造化之妙乎, 奇乎奇乎.
조화지묘호 기호기호
余於是有所感焉, 變化移革之功, 不獨草木爲然, 反顧吾身, 亦豈遠哉? 決去惡念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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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猶斬斫舊柯也, 繼續善端之萌, 亦猶附接新枝也. 涵養而培其根, 窮格而達其枝, 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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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人以至於聖人, 亦何以異於此乎? 易曰: "地中生木, 升, 君子以, 順德 積小以高大."
향인이지어성인 역하이이어차호 역왈: 지중생목 승 군자이 순덕적소이고대
觀於此, 曷不自勖? 抑又感焉, 自今日回視前春, 纔一易寒暑耳, 其所手封寸枝, 已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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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巢, 旣見其花, 又將食其實, 如使前頭加我數年, 則其享用知幾何? 人有自誇其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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怠其四體, 無所用其心者, 觀於此, 亦庶幾助發而勸起也. 凡此皆有警於主翁者, 故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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而志之. (『久菴遺稿』卷上)
이지지
*한백겸
본관이 청주이며 字는 鳴吉 號가 久菴이다. 1579년(선조 12년) 생원시에 합격하고 참봉 등을 지냈다. 1589년 기축옥사로 유배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면을 받고 변방 백성의 반란을 진압한 공으로 관직에 등용 안악 현감, 영월군수 등을 거쳐 호조참의를 역임했다. 문집 『구암유고』와 『동국지리지』 등의 저술이 전한다.
해설
『주역』승괘(升卦)는 나무를 상징하는 손괘(巽卦)와 땅을 상징하는 곤괘(坤卦)를 합친 것이다. 나무가 땅을 뚫고 올라와 자라는 것처럼, 덕을 쌓아가는 높은 경지에 이르는 군자를 비유한다.
볼품없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에 작은 가지 하나를 접붙이자 몰라보게 달라졌다. 꽃과 잎이 무성해져 구경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1년도 안 되어 일어난 변화이다. 나무의 변화는 곧 사람의 변화 가능성에 포개진다. 오래된 가지를 베어 내듯 나쁜 생각을 제거하고, 새로운 가지를 접붙이듯 선한 본성을 배양하면 사람도 달라질 수 있다. 늙었다는 이유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한 이들을 깨우친다.
나무에 접붙이기를 하여 새로운 품종으로 변화시키듯 사람도 노후된 신체기관과 정신을 노후된 건축물 리모델링 작업을 하듯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백겸은 나무에 접붙이기 작업을 통하여 나무가 변화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