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글쓰기란 어떠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우선 두 가지가 떠오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표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고, 다음은 어떤 수단으로 그것을 표현할까 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당(唐)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이라는 한시를 처음 배우면서 느꼈던 감회를 잊을 수가 없다. 눈을 감고 암송하면,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여, 인적이 끊어지고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눈 덮인 강에서 홀로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노인이 낚시하는 풍경이 내 눈앞에 또렷이 그려짐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멋진 한 폭의 동양화가 내 눈앞에 펼쳐진 듯 표현하였을까? 그 무렵 나는 시(詩)라는 개념도 모르던 시절이라 그저 멋지고 훌륭한 한시(漢詩)라고 막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