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 내 생각

경쟁자(Rival)

거연천석 2010. 3. 1. 07:01

 

 

 경쟁자(rival)라는 말은 라틴어 강(rivus)에서 생긴 말로서 함께 강을 이용하는 사람들(rivalis)이 평화로울 때는 그 물을 잘 나누어 먹고 이용하며 공동운명체로 잘 뭉쳐 살기도 하지만 만약 물이 부족하다면 싸움도 불사하는 사태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적(enemy)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내가 시골에서 자라면서 목격한 사실중의 하나인 물꼬싸움이 바로 라이벌의 진정한 어원을 말하는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시골 골짜기 논이라는 것이 대부분 산골짜기마다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는 물을 이용하는 천수답이다.

 

 어릴쩍 여름날 몹씨 가물어 물이 귀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넉넉하지 못한 물을 서로 자기논에 끌어 넣으려고 심심치 않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 아버님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느 때는 내게는 당숙이시고 당신에께는 사촌형님이신 분과 언쟁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비록 손위 형님이시지만 자기 생존에 관한 문제에 걸리고 보니 얼굴 붉히는 일이 있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다행히 두 분이 심한 싸움은 아니었지만 요즘 생각해 보면 그 때 두 분은 남우세스러운 일이 생길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라이벌의 산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평화시에는 삶을 함께하는 공동체이지만 때로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경쟁관계 상태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내 논에 물대는 것과 내 자식 입에 밥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농경사회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도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동계 올림픽을 좋은 성적으로 마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힘찬 도약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많은 힘을 얻기도 하고 가슴 뭉클하기도 하다. 특히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라이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과연 김연아는 마오를 경쟁자로 여길까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라이벌이라는 관계가 끝난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제껏 피겨 스케이팅을 훈련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듣기로는 김연아가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 국민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김연아가 말하는 의미는 '지나친 부담감'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 우열을 가려야 하는 분야 또는 종목 할 것 없이 가장 큰 문제는 자기와의 싸움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항상 적은 자기 내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래서 그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소위 '마인드 콘트롤'이다. 또는 자기 최면을 건다 참선, 명상 기타 등 등... 하옇튼 자기 마음이 평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흔히 사소한 말다툼에서도 먼저 흥분하여 평상심을 잃는 사람이 지는 것을 겪거나 보게 된다 그만큼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잡기도 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일러 동양철학에 자리잡는 노.장사상에서는 도(道)라고 일컫지만.

 

 개인적으로 골프를 하지 않지만 가끔 골프 시합 중계방송을 보다 보면 결정적으로 승부를 가르는 '퍼팅'할 때는 누가 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보였고, 글씨연습도 마찬가지로 더 잘 써야지 하다보면 욕심이 앞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연습이란 곧 평상심을 유지하는 훈련의 과정이다. 모든 운동시합은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긴장된 시간을 누가 어떻게 잘 이기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상대를 넘어 자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김연아의 라이벌은 우리 국민들일 수도 있고 김연아 자기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김연아의 눈물도 결국 자신을 극복했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 좀 더 멀리 생각한다면 김연아를 비롯하여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낸 선수들을  조금은 무관심하게 그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놓아 주는 아량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냉소주의에 빠지자는 것은 아니고 칭찬하고 힘찬 박수를 보내 주어야지만......  

 

 한가지 더 생각한다면 모든 선수를 위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아쉬움을 준 선수들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함께해야 한다. 금,은,동 매달 색깔에 따르기 보다 평소 그 선수가 훈련하는 과정에서 가졌던 실력을 얼마나 발휘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그 결과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된다. 흔한 말로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 이제껏 우리가 추구한 '1등주의',또는 '결과 중시'의 풍조가 지나치게 경쟁주의에 빠져 얼마나 많은 정신적 황폐를 지금도 겪고 있는지를 되짚어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옛날 '헝그리 정신'으로 경쟁하던 시절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즐기는 가운데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종목마다 저변을 확대하여 선수층이 두꺼워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제2, 제3의 김연아 이상화 모태범 성시백 이규혁 이호석 이승훈 곽민정 스노보드 김호준 봅슬레이 출전 선수 등 모두들.......탄생하도록 말이다.

 

 삼일절 이 아침에 멀고도 가깝다고 항상 이야기 하는 일본과 대한민국 관계를 생각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먼저 극복하는 마음으로 경쟁자라는 말을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