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 내 생각

어느 이혼녀의 사투(死鬪)

거연천석 2010. 3. 6. 21:03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일이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옛말이 있는데 더구나 요즈음 잦은 비가 더욱 봄을 재촉하는 듯한데 아내한테서 들은 우울한 이야기 하나 하려 한다. 다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고 또 내 블로그를 통해 사연을 알게 되는 분의 쾌유를 빌어주는 마음이 보탬이 된다면 더욱 좋으리라는 간절한 기원(祈願)으로........

 

 그녀는 지금 혼수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단다. 사연인즉 그녀는 동해안 바닷가 교장 선생님 출신 아버지의 둘째 딸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 중매반 연애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무슨 악연인지 결혼 후 얼마가 지나지 않아서 남편에게 도박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결혼 생활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그녀는 되도록이면 남편을 설득하고 알뜰하게 살아보려고 무척 노력하였으나 남편이 도박을 끊는다는 희망을 버리고 내린 결론은, 더 이상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2년여 전 아이 둘을 자신이 양육한다는 조건과 함께 남편으로부터 다소의 양육비를 받기로 하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다세대 주택에서 산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서른 중반 여자가 혼자서 그것도 안정된 경제적 능력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삶이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이혼하고 지내는 동안 다시 합쳐서 살아 보자는 남편의 끈질긴 요구가 있어서 합치려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아무리 생각하고 살펴보아도 진정으로 반성하고 도박벽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판단 끝내 거절하고 혼자서 모질게 살아보려고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삶은 처절하리 만큼 그야말로 사투(死鬪)를 벌이듯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박벽이 있는 이혼한 남편은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 줄리가 없는 데다가 어디 돈벌이라도 해 볼라치면 어린아이들이 문제인데, 그래도 언니가 가까이 있어서 거기에 맡기고 한다는 일이 밤과 낮이 없이 신문배달 우유배달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거의 수면시간이 없는 상태..... 하루 한 시간 아니면 두 시간의 잠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정도로 생각되었다. 거기에서 얻는 수익이 200만 원을 넘기자니 오직  그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넣는 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생각되었다. 결국 아이들과 월세 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혼신을 다해서 2년여 애쓴 결과 금년 봄에 조그만 빌라 하나를 계약한다는 부푼 꿈에 6,000만 원이 든 통장을 보여 주던 그녀의 모습은 혼수상태 인체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를 곁에 두고 누워 있단다. 밤잠 못 자면서 일한다는 것이 결국 비몽 사몽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목격자도 있지만 본인은 혼수상태고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없는 상태이고 보니 여러 가지로 증언이 불리한 상태인 모양이다.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그녀의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귀여운 아이들은 어찌한다는 말인가? 아이는 결국 아이 아버지 되는 분이 데려가겠지만 끝내 그녀가 의식을 찾지 못한다면 너무 허무한 삶이 되지 않을까?

 

 정말로 신이 있다면 그녀에게 건강함 몸과 의식이 되돌아오기를 어떻게 조치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왜 실천하지 않는가 말이다. 나는 이런 사연을 들을 때면 신을 부정하게 된다.

 

 2년여 동안 그녀의 모든 것을 불태워 이룩한 통장을 그냥 묻어 버리기엔 너무 안타깝다. 부디 의식을 회복하여 이혼한 아이들 아빠도 이번 기회에 도박을 완전히 끊고 의식이 돌아온 애기 엄마와 새로 마련하는 조그마한 집에서 아이들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환자실에서 그녀가 벌이는 사투가 우리의 이런 바람으로 이룩되기를 빌어 본다.

'내 느낌,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웅을 보내드리며  (0) 2010.04.03
법정 스님을 떠 올리는 이유  (0) 2010.03.12
경쟁자(Rival)  (0) 2010.03.01
자두나무 가지치기  (0) 2010.02.01
입안에 고급 승용차(?)를 넣고 다니는 사람  (0) 201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