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92년도 막내가 태어나던해 돌아기시고 10년 넘게는 형님과 나는 매년 둘이서 벌초를 다녔고 그 후 아버님 마져 돌아가시고 나서도 장조카가 학교 다니고, 군복부다, 취업이다, 결혼하여 직장이라고 다니니 이런저런 이유로 항상 벌초행사에 빠지고 형님은 힘에 부친다고 산소 주위에서 도와주는 정도이고 예초기는 항상 내차지가 되어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산소 두 위를 벌초하고 나면 그날은 거의 녹초가 된다.
올해는 딸아이가 교사로 자리를 잡았으니, 꽃이라도 한송이 들고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가서 인사도 드릴겸 데려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조정해 보니, 다행히 일정을 맞출 수 있어서 올해는 아내도 함께 하기로 의견일치를 보고 나섰다. 작년까지 추석전에 벌초를 다녀오고 추석날은 집안 사람들이 다 모여서 산소를 찾아서 시제를 올리는 형식을 취해 오던 것을 금년에는 나부터 당직에 걸리고 형님도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힘들고 무엇보다 명절 교통 혼잡이 워낙 두려워 장시간 운전에 무리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고 하여 올해는 벌초를 하면서 간단히 술 한잔 올리고 추석날은 댁에서 차례를 올리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다. 이곳 저곳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 얼굴 보기는 추석날이나 설날을 기하여 한 두 번 보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마져 어려워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
세명 여자들을 동행하자니 출발시간이 늦어져 오전 10시 가까와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벌초를 가는 차량들이 대부분인 듯한데 모두 바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 고속도로가 아니어도 높은 속력으로 사고율이 높은데,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 이하로 달리면 욕들어 먹을까봐선지 너무너무 속력을 내더군요. 우리나라는 도로가 좋은 건지, 차가 좋아선지, 사람이 문제인지 어느 한 가지는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간단히 준비해간 물과 음식을 사이 사이 먹으며 5명이 약 2시간 동안 겨우 끝내고, 아버님 산소에서 인향(引香)하여 딸아이가 준비해 간 꽃을 꽂고 간단한 음식을 어머님 산소 앞에 놓고 이번 추석에는 산소에 오지 않고 집에서 뵙겠다고 ........
살아 생전 대쪽같던 아버님의 성정을 기려 형님께서 산소 주위에 대나무를 심었던 것이 화근이 되어 대나무 뿌리가 산소를 침범하니, 해마다 '근삼이'라는 제초제를 동원하여 산소와 축대로 뻗어오는 것을 제거하는데 힘을 빼고 있고, 금년에는 외래종 '가시호박'이 대나무를 뒤덮고 있었다.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가시호박 '피해가 이 골짜기까지 침범한 것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잡초로 무성하던 산소를 다섯 사람이 노력한 덕택에 그마나 시원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요즈음 벌초를 직접 가족들이 할 경우 경제적 비용면으로 계산하면 시간 + 노력 + 경비를 따져보면 대행하는 곳을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경제적이다. 하지만 산소를 일단 만들어 놓은 이상 그 후손이 일년에 한 두 번이라도 찾아보는 기회란 한식이나 벌초하는 이 때가 대부분일 것이다. 특히 내가 어릴적만 해도 음력 10월 달에 '시제'를 따로 올리던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 '시제'를 없애고 추석을 기하여 햇과일과 햇곡식을 이용한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여 산소를 찾아보는 것으로 대체되는 듯 하다. 그러나 이 마져도 행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버지 어머니 산소 옆에도 내가 기억하기로 후손이 찾아오지 않는 산소가 된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어머님을 그 옆에 모신 후로는 계속해서 내가 벌초를 하였던 것이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냥 둘려니 보기에도 흉하고 해서 지금껏 같이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세태는 봉분을 형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유지관리는 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연유로 앞으로는 화장을 해서 수목장 납골당 또는 매장을 하더라도 반드시 화장하여 봉분을 만들지 않고 선산이 있다면 표석을 세우는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다.
'신변잡기 >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화가 돌아왔다. (0) | 2013.03.02 |
---|---|
뮤지컬'빨래' 관람 (0) | 2012.10.07 |
더위를 피하여 (0) | 2012.07.29 |
아내 부모님 산소 (0) | 2012.06.03 |
신병 특박 휴가 여행2(남해 여행) (0) | 2012.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