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나의 이야기

새벽을 열다

거연천석 2010. 4. 23. 21:35

 

 

 

 나이가 좀 들어 가니 초저녁 잠이 늘어 나고 일찍 잠이 깨는 현상이 점점 짙어진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신문배달을 해 본 경험을 살려 새벽에 운동을 겸한 배달을 생각한 끝에 마침 우유배달을 하게 되었다. 이제 열흘을 넘겼다. 사실 십여년 전 큰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겪어서인지 당시 몸이 말이 아니었다. 그때도 생각 끝에 새벽에 신문을 일년 반 정도 배달해 보았다.

 

 처음에는 한시간 정도 운동삼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국을 운영하는 분이 점점 많이 맡기게 되니 나중에는 거기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고 몸에도 무리한 것같아 결국 그만 두게 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 때 배달비로 받은 것이 지금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피아노다. 이 피아노로 아이들이 피아노를 접하는 계기도 되었지만 어떻튼 그 일의 결과로 남은 흔적이다. 결국 큰 아이는 배우는 곳에서만 피아노를 다루어 보고 집에서는 연습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동생들은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듣거나 주위를 살펴보면 대개 아이들이 어릴적에 교습소나 학원에서 배우고 집에서 연습한다고 사놓고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거의 피아노하고는 거리가 멀어지고 나중에는 집치장 삼아 그냥 두기도 하지만 중고로 처분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집 경우는 딸아이가 초등교육을 전공하게 되어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가끔씩 연습하는 것을 보면 그저 장식품의 신세는 면하게 되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움직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몸의 상태가 점점 약해지다 보니 마음먹고 운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각 신체기관의 기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본다. 새벽에 다니다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일에 이력이 붙어서 아예 전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는 것같다. 어떤 분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백여만원을 넘겨 버는 사람, 심지어 한 분은 듣기로는 연세가 팔십세 정도인대도 건강하게 하시면서 노부부간 생활비를 버는이도 만난일이 있다.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반년 정도 했지만 그때는 대개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고학생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용돈이나 학비에 보태보려고 선택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 이제는 우유를 배달해 본다는 것은 '건강강좌'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로 '우유를 앉아서 받아 먹는이 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말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다. 새벽 4시 50분에 기상하여 5시 조금 넘어서부터 시작해서 50여군데를 돌리고 나면 그렇게 상쾌한 아침일 수 없다. 이제 열흘 정도하고 보니 배달코스도 어느 정도 파악이 다 되고 큰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약 한시간 정도 걸리는데 더욱 익숙해지면 배달 숫자가 다소 늘어나드라도 한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속담에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배먹고 이닦고" 참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즐겁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