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머/유우머 1번지

여자는 죽을 때 말한다

거연천석 2010. 7. 28. 06:35

 

 

한평생을 아주 금슬좋게 살아온 노부부가 있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먼저 기력이 쇠하여 몸져눕게 되자 할아버지의 간병이 지극 정성이었다. 이제 갈 날이 임박했음을 예감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손짓으로 불렀다.

 "영감, 아무래도 곧 가게 될 것 같아요, 세상을 깨끗하게 하직하고 싶어서 묻는데 당신 정말 나 몰래 몇번이나 바람을 피웠어요?" "할멈, 택도 없는 소리 하지마, 내 정말 하늘에 맹세코 한번도 외도한적 없어요" "아! 그래요? 미안해서 어쩌지요?" 하면서 할머니가 속옷에서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 남편에게 건넸다. 그동안 외간 남자와 바람 한번 피울때 마다 콩을 한 알씩 넣어 두었던 거라고, 그런데 그 속에 콩은 없고 만원짜리 지폐 한 장만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물었다. "아니 이게 왠 돈이야?" 할머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입원 직전에 콩을 판 돈이예요. "할아버지는 그길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며칠 후 할머니도 저승으로 떠났다. 저승에 간 할머니는 저승사자에게 애원했다. "제발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저승 사자는 말했다. "저쪽 방들이 쭉 있지요? 그 방문 앞에 꽃송이가 꽂혀 있을텐데 남자들이 이승에서 바람피운 횟수에 따라 꽃송이가 있을테니 그리 알고 찾아보시구려" 맨 먼저 할머니는 곧바로 꽃은 없되 샹드리에가 휘황찬란한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남편은 없었다. 할머니는 꽃 한송이, 두송이, 세송이, 서른송이... 차례대로 열어보았지만 할아버지는 그 아무데도 없었다. 실망과 낙담속에 지친 몸을 추수르고 마지막으로 안개꽃이 한아름 다발지어 꽂혀있는 방문을 열었다.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한 가운데에 완장을 두르고 있는 할아버지가 거기에 있는데 "방장"이라고 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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