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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처가의 18행 시

거연천석 2012. 5. 10. 19:28

 

 

어느 공처가의18행시

 

1. 일어 나서

2. 이런 여자의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 지가

3. 삼년이 지났다

4. 사귀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결혼해서

5. 오래 동안 같이 살게 될 줄이야

6. 육신이 고달파도 할 수 없지

7. 칠거지악이 있어서 조선시대처럼 내쫓을 수도 없고

8. 팔팔한 마누라 덩치를 보면 작아지기만 하는 내 모습

9. 구천을 헤매는 귀신은 뭐하느라고 이런 걸 안 잡아가는지

10. 십년 감수 할 일은 매일 생겨 몸을 사리면서 살아온 지도 어느 새 3년

11. 십일조를 바치고 기도해도 이 여자는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12. 시비걸고, 밥상차려 오라고 하고 때리고

13. 십삼일의 금요일 같은 공포의 날이 1년이면 365일이다

14. 쉽사리 이 여자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도 없고

15. 십오야 밝은 둥근달을 보며 한탄만 하는 이 내 신세

16. 육십일 동안 내공을 쌓고 이 여자에게 덤비면 이길 수 있을까

17. 칠십리를 도망 갔다 붙잡혀 온 불쌍한 놈이 나다

18. 십팔 이내 신세는 왜 이리도 처량한지 오늘도 이렇게 눈물만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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