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五七言
홍유한당
月初出 월초출
雪初晴 설초청
庭柯生花白 정가생화백
溪氷散玉明 계빙산옥명
天地茫茫通一色 천지망망통일색
星河歷歷報三更 성하력력보삼경
달이 막 떠오르자
눈도 막 개었네.
뜰 안 나뭇가지엔 하얀 눈꽃이 피어나고
언 시냇물엔 녹 같은 달빛이 흩어지네.
아득히 하늘과 땅은 모두 한빛인데
또렷한 은하수가 삼경을 알리네.
한시 삼오칠언은 이 시의 원문에서 보듯이, 1.2구는 3언, 3.4구는 5언, 5.6구는 7언으로 이루어진 雜體詩이다. 이런 시의 형식은 李白의 <삼오칠언>에서 시작되었다.
홍유한당의 이 시는 일체의 정서를 드러내지 않은 채, 다만 눈 내린 달밤의 풍경을 시간의 흐름을 좇아 묘사하였을 뿐이다. 유한당의 어머니 서영수합 역시 같은 제목으로 시를 남기고 있어, 두 시를 나란히 읽으면 더욱 묘미가 있다. 서영수합의 <삼오칠언>은 다음과 같다.
夏日長 하일장
槐陰淸 괴음청
明朝送行子 명조송행자
歸馬蕭蕭鳴 귀마소소명
借問別意更如何 차문별의갱여하
隴樹嶺雲摠含情 농수령운총함정
여름날은 길고
홰나무 그늘은 맑구나.
내일 아침 나그네 보내려니
말이 히잉히잉 처량히 우네.
묻노니, 헤어지는 심정 또 어떠한가?
농 땅의 나무, 고개 위 구름도 모두 정을 머금은 듯.
이백의 <삼오칠언>은 다음과 같다.
秋風淸 추풍청
秋月明 추월명
落葉聚還散 낙엽취환산
寒鴉棲復驚 한아서복경
相思相見知何日 상사상견지하일
此時此夜難爲情 차시차야난위정
가을바람 맑고
가을 달은 밝다.
낙엽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고
까마귀는 깃들였다 또 놀라 날아가네.
그리운 이 만날 날은 언제인가?
이 밤 이 시각 그리는 정을 참기 어려워라.
<강혜선 옮김>
홍유한당(洪幽閑堂,1791~?)
홍유한당의 친가인 풍산 홍씨와 외가인 달성 서씨, 시집인 청송 심씨 집안 모두 당대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유한당의 어머니가 바로 서영수합이며, 그의 남자 형제들인 홍석주, 홍길주, 홍현주가 모두 文名을 얻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여성은 그 본명이 대체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 반해, 유한당은 洪原周라는 본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유한당은 沈宜奭 (심의석,1793~1827)과 결혼하였는데, 그는 관계에 진출하지 못한채 35세에 죽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아들 誠澤이 어머니가 생전에 지었던 시 수백 편을 찾아 <유한집>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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