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픈 글귀

늙어간다는 것

거연천석 2018. 10. 14. 22:05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면 이런 저런 미루었던 일로 바쁘다. 어제는 토요일이었지만 일하면서 병원을 다녀왔다 일주일 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지와 손발에 가려움과 발진이 생겨서 혹시 면역력이 떨어져 우리들 나이에 흔히 잘 나타난다는 '대상포진'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어, 금요일 저녁에 대전에 피부과 병원 개원을 하고 있는 사촌 아우에게 발진 부위를 사진으로 '전화메세지'를 보냈더니 전화가 와서 잠시 상담을 하였다. 퇴근하면서 바쁜 가운데에 전화로 형이라고 걱정을 해주는 아우가 고마웠다.

 아우가 하는 말 '걱정되면 한 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라' 하여, 어제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서 진찰을 받아보니 '대상 포진'은 아니라 하여 안심하고 3일분 약과 주사를 맞았다. '접촉성 피부염'이란다.


 요즘의 아파트에서 하는 일이란 온갖 쓰레기들을 다 만지게 되니 무슨 나쁜 병균과 접촉하는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는 사람은 10%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바쁘다는 핑계로 온갖 쓰레기를 한데 넣어서 버리니 앞으로 정말 우리 인류는 멀지않아서 쓰레기 더미에 묻혀 죽을 것으로 인다.


 오늘은 특별한 행사가 없어서 아침에 일주일 먹을 '대림생수'를 받아서 자동차로 실어온 후에 아침 식사를 하고 가까운 '수성구립도서관'에 들려서 '한국 산문선' 권4에 실려있는 '상촌 신흠' 선생의 작품을 읽고 머리도 식힐 겸 옛날에 읽었던 '마루쿠스 아우랠리우스 명상록'을 뒤적이며 보다가 제3권 1장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이 감에 따라 생명이 하루하루 소모되어 차츰 줄어든다고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 그의 장수와, 그가 사물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판단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또한 신과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충분한 능력이 계속 보존되는 가는 역시 별개의 문제이다.


 사람은 노망을 하기 시작하더라도 호흡, 소화, 감정, 본능 등에는 이상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하는 힘과 의무를 이행하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언제 이 지상에서의 삶을 끝마쳐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이성으로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이 모든 능력은 그 전에 이미 쇠퇴해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하루하루 죽음이 가까와진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사물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먼저 소멸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늘 따라 이런 글귀를 읽으니 20대에 무심하게 넘겼을 글귀임에 분명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직면한 상황이 바로 눈앞에 전개되는 느낌이다,

'다시 읽고픈 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의 강물  (0) 2020.04.26
친절이란 어떤 것일까?  (0) 2018.10.28
첫사랑  (0) 2018.09.16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  (0) 2018.09.16
桃李不言 下自成蹊  (0) 201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