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한문 음미

주덕송(酒德頌)

거연천석 2024. 12. 29. 20:41

주덕송(酒德頌)

유백륜(劉伯倫)

 有大人先生하니 以天地爲一朝하고 萬期爲須臾하고 日月爲扃牖하고 八荒爲庭衢.

유대인선생하니 이천지위일조하고 만기위수유하고 일월위경유하고 팔황위정구라.

行無轍跡하며 居無室廬하고 幕天席地하여 縱意所如. 止則操巵執觚하며

행무철적하며 거무실려하고 막천석지하여 종의소여라. 지즉조치집호하며

動則挈榼提壺하여 唯酒是務하니 焉知其餘리오?

동즉설합제호하여 유주시무하니 언지기여리오?

 有貴介公子縉紳處士聞吾風聲하고 議其所以. 乃奮袂攘衿하고 怒目切齒하여

유귀개공자와 진신처사가 문오풍성하고 의기소이라. 내분몌양금하고 노목절치하여

陳說禮法하여 是非鋒起. 先生於是方捧甖承槽하고 銜盃漱醪하여 奮髥踑踞하여

진설예법하여 시비봉기라. 선생어시에 방봉앵승조하고 함배수료하여 분염기거하여

枕麴藉糟하니 無思無慮其樂陶陶. 兀然而醉하고 恍爾而醒하여

침국자조하니 무사무려요 기락도도라. 올연이취하고 황이이성하여

靜聽不聞雷霆之聲이오 熟視不見泰山之形이라. 不覺寒暑之切肌嗜慾之感情하여

정청불문뢰정지성이오 숙시불견태산지형이라. 불각한서지절기와 기욕지감정하여

俯觀萬物擾擾焉如江漢之浮萍이오 二豪侍側焉如蜾蠃之螟蛉이러라.

부관만물에 요요언여강한지부평이오 이호시측언에 여과라지명령이러라.

 

 대인선생(大人先生)이란 사람이 있었으니 천지개벽 이래의 시간을 하루 아침으로 삼고, 만백 년을 순간으로 삼으며, 해와 달을 창의 빗장으로 삼고,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 길을 감에 바퀴자국이 없고, 거처함에 한정된 집이 없이,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삼으며 마음이 가는대로 내맡긴다.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오직 술에만 힘쓰니 어찌 그 밖의 것을 알겠는가?

 귀족 공자(公子) 및 고위관리와 은자(隱者)들이 대인선생(大人先生)의 소문을 듣고서 그러한 행동을 따지러 왔었다. 곧 소매를 떨치며 옷깃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예법을 늘어놓고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시비를 따졌다.

대인선생을은 이때에, 바로 술 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들고는 술잔을 입에 대고 탁주를 마시고서, 수염을 떨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는 누룩을 베개로 삼고 술지게미를 깔고 누었는데,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오직 즐거움만이 도도하였다. 멍청히 취해있는가 하면 어슴푸레하게 깨어있기도 하는데, 조용히 들어보아도 우뢰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세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으며, 피부에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나 기호와 욕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였다.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러이 마치 장강이나 한수(漢水)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았다. 따지러온 두 호걸이 옆에 서 있어도 마치 나나니벌과 배추벌레나 같았다.

 - 현토 번역 해의: 김 학 주 -

*** '술'의 애호가 유령이 술에 대한 사랑을 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술은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과하면 중독을 유발한다는 것을 현대 의학에서는 밝히고 있으니, 문제는 적당히 절제하면서 즐기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적당하다는 한계가 애매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지키며 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만기수유(萬期須臾) *일월경유(日月扃牖) *팔황정구( 八荒 庭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