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가족이야기

결혼식 덕담(조언)

거연천석 2016. 2. 7. 15:43

딸아이 결혼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저희들이 결정한 것으로 주례없이 결혼식을 한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충고나 덕담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궁리 끝에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부 아버지 ***입니다.

가사다망 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혼식에 참석하여 주신 친지 분들과, 하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주례 없는 예식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만, 아버지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나의 사위가 된 * 서방,

내가 우리 사위에게 부탁하고픈 말은 항상 지금처럼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초심을 유지하도록 애쓰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모든 일들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

여자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어떤 궂은일도, 또 어떤 괴롭고 복잡한 가정사도 참아내고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다음으로 나의 딸 **아,

우리 딸이 이렇게 멋진 반려자를 만난 것도 기쁜 일이지만 나로서는 아들을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남편이 없을 때 남편을 칭찬하고, 남편이 있을 때 남편을 존경하고, 남편이 괴로워할 때 잘 위로해주는, 그런 지혜롭고 현명한 아내가 되어주길 바란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다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 때는 잠시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도록 해라.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너희 둘과 나는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지키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달을 왕복하는 시대에 살지만 우리 이웃과는 친하지 못하고, 초고속(超高速) 통신수단이 많아졌지만 진정한 소통은 어렵고, 집은 더 커졌지만 가정은 더욱 작아졌다. 높은 빌딩과 널찍한 도로를 가지게 되었지만 우리 성정(性情)은 조급해졌고 안목(眼目)은 더욱 좁아졌다. 특히 **이가 몸담는 직장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좋지 못한 일들도, 학부모-학생-선생님 서로간의 믿음이 없어졌음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황금만능주의에 빠지다 보니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진 것이다.

경제적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소중한 또 다른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혹시라도 살다가 힘들고 지칠 때는 오늘 결혼식에 참석하여 증인이 되어주신 소중한 한분 한분들을 생각하길 바란다.

 

두 사람은 멋지고 아름다운 가정에 훌륭한 아내와 남편이 되길 바라며 아울러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가사다망'이라는 말이 거슬려 실제로는 '바쁘신 가운데'로 수정하여 읽었음

'신변잡기 >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12일  (0) 2016.12.12
지리산 일대를 다녀오며  (0) 2016.06.06
혼수장만 준비  (0) 2015.12.28
풍기 인삼축제를 다녀오다  (0) 2015.10.10
딸내미 남친 상면을 하고  (0) 201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