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지리산 쌍계사 진각선사비를 살피러 갔다가 노고단과 실상사를 거쳐 온이후 지리산 근처를 다녀오기가 이번이 두 번째다. 몇년 전 아내를 비롯한 형제 자매들이 장인 장모가 돌아가신후 형제자매들이 서로 만나는 기회가 소원해지자 흔히 이야기하는 남매계를 만들어 일년에 한 번씩 만나 여행이나 모임을 가지자는 뜻에서 한달에 한 가구당 5만원씩 저금을 하여, 기금을 마련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두 번째 모임행사를 가지게 되었다.
마침 둘째 동서 아들이 KT에 재직하고 있어서 지리산 수련관에 방 2개를 2박 3일간빌려서 이용하게 되었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방을 배정 받게되었으니, 이 기회를 빌어 이질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6남매지만 제일 큰 동서는 돌아가셔서 처형 혼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고 나머지 형제 자매들은 건재하니 다 모이면 모두 11명이다. 그러나 각기 일정이 잘 맞추기가 어려워 이번에는 9명이 모여서 즐거움을 나누었다. 막내 내외는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했고, 우리내외는 1박2일로 참석하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토요일에 순천국가정원 서문주차장에서 합류하기로 일정을 잡고 도착한 곳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서들러 출발하느라고 아침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출발한 탓에 배가 고프던 차에 떡이며 과일을 아내와 나에게 권하여 맛있게 먹고, 먼저 우리나라 대표적인 정원으로 손꼽히는 영양의 서석지, 담양 소쇄원, 창경궁 부용지 등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군자의 정원, 서민의 정원을 살펴 볼 수 있었다.
5월 마지막 주말로 일정이 잡혀 할 수 없이 늦게 도착한 탓으로 지리산 수련관에서 출발했던 선발대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각 지역에 있는 대표적 정원길을 옮겨 재현한 탓에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한 곳에서 살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각 나라의 대표적 정원도 살펴 볼 수 있었다.
먼저 도착했던 7명은 전날 지리산 등정으로 어느 정도 체력이 소진한 상태여서 피곤한 기색이 보이기는 해도 즐겁게 무공해 전동차에 올라 한 바퀴 돌아 보고 군데군데서 형제 자매의 정을 나누며 셀카로 또는 서로 서로 포즈를 취하고 사진찍기에 바빴다. 9명 가운데 경로 혜택을 받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머리에 염색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구분하기에 혼돈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굳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숫자만으로 확인하며 한 바탕 웃음을 자아낸다. 고희를 맞이한 이는 다리도 아프고 체력도 딸리니 탈것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행과 유람도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체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항상 뒤로 미루고 나중에 경제적, 정신적 여유를 찾다 보니 뒤로 미루는 것이 다반사다.
조정래'태백산맥'에서 주요 무대가 되기도 한 순천! 가볼 곳도 많고 다시 찾을 곳이기도 한 순천!
'순천에서 힘자랑 하지 마라'를 떠올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순천에서 목감기로 고생하는 나의 바로 윗동서가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토요일 병원이 문 닫기 전에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아 일정에 합류하려고 혼자 병원을 찾아갔다.
나머지 일행들은 국가정원 둘러보기를 끝내고 맛집을 찾아 동서가 찾아간 병원 근처 맛집을 물색, 올해 회갑을 맞이하는 셋째 처형을 위한 해물 칼국수를 점심식사로 결정하여 찾아 나섰다. 미리 맛집을 찾아 두기도 하였지만, 스마트 휴대폰 덕에 현장에서 검색하여 찾으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임에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토요일이지만 다행히 병원 진료를 받고 주사와 약을 처방받아 합류한 동서는 갈비탕으로 늦게 점심 식사를 하고 여수로 행선지를 정하였다.
*서대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물고기의 총칭. 우리나라산 서대류는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나며, 날것으로 국과 찌개의 재료 및 굽거나 말려서 먹는다.<민족문화 대백과>
여수 별미 *서대 무침회/칼치 정식*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오동도에 도착 모터보트를 타며 여성 일행은 짜릿한 쾌감으로 괴성을 지르고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모르긴 해도 팬티를 여유있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한 준비사항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아뭏튼 여자분들은 제일 좋은 추억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는 '후일담'이 될 것이다. 빠듯한 일정으로 '향일암'에 못 들린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일정상 야경이 끝내준다는 '여수 밤바다'도 못 보고 '여수 저녁바다'만 보고 떠났다.
여수 오동도 추억을 떠올리면 아마도 모터보트로 오동도를 한 바퀴 돌았던 일이 된다고 여자들은 이구동성이다. 어느듯 해는 저물고 저녁식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 여수를 찾았던 경험자들이 '서대무침회'가 맛있더라는 소리에 환갑을 맞이한 세째 처형네가 저녁식사를 쏘기로 한단다. 그래서 각자 출발하여 중앙동 근처 서대무침회집이 모여있는 곳으로 모였다. 맛있게 먹었던 집을 찾았던 경험자들은 폐업한 사실을 알고 다른 집을 물색하여 차선책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튼 저녁끼니를 '서대 무침회' 자축턱으로 해결하고 지리산 KT수련관에 도착한 시간은 밤11시였다. 간단한 음료수와 맥주 한 잔씩으로 축하를 하고 내일 일정을 의논하여 구례 화엄사와 문화 류씨 이주씨가 세운 운조루 그리고 남원에 들러 광한루에서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야기를 되새기고 안동, 서울, 대구를 향하기로 했다.
구례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 인도 승려 '연기조사'가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각황전을 비롯하여 국보급 문화재들이 많고 오래된 사찰이란 점은 인정한다. 개인적으로 순천을 찾아간 김에 우리나라 3대 사찰의 하나로 꼽히는 '송광사'를 다음 기회에 찾아 봐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순천에는 볼만한 곳이 여럿이 있지만 순천만 일대와 낙안읍성도 다시 찾아올 때를 기약해야 했다.
구례지방의 문화 유적지로 '운조루'를 꼽는데 전주 류씨인 처가쪽 식구들은 특별한 인연으로 생각하는 운조루는 안동에 살던 문화 류씨 이주가 구례로 옮겨와 세운 99칸 저택이었으나 지금은 행랑채가 많이 헐리고 줄어서 원형을 상상으로만 그리게 된다.
흔히 알려진 이야기 '타인능해(他人能解)-누구든 쌀을 빼다가 밥을 짓도록 허용한다는 뜻으로 쌀독의 마개에 써 놓아서 부(富)의 사회적 기여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운조루를 뒤로 하고 다시 남원 광한루로 향했다. 운조루를 나서며 차량 3대에 분승한 일행 중 우리 내외는 '내비게이션' 조작 실수로 자칫 전라남도 순천의 요리집으로 향할 뻔 하여서 한 바탕 요란을 떨었다. 앞서 출발한 우리차는 추월당하여 뒤따라 가는데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라고 하길래 차를 길가에 세우고 다시 검색해 보니 남원은 분명히 전라북도인데 내가 입력한 것은 전남 순천의 어느 요리집을 목적지로 삼은 것이었다. 지리 공부를 다시하는 기회가 되었다.
남원 광한루에 도착하여 이곳 저곳을 둘러 보고 오작교 아래 엄청나게 큰 잉어떼를 보면서 각기 짝과 성춘향과 이도령의 화신이 된 듯 이도령 성춘향의 상봉 장면과 거지행색으로 탐관오리 잔치 자리에서 멋진 시로 사또를 비롯한 탐관오리 무리들을 꾸짖은 후 암행어사로 변신한 이 도령이 '어사출두'로 춘향이를 구하는 장면을 보고 잔디밭에서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가지며 점심 식사할 곳을 물색했다.
金樽美酒 千人血,
玉盤佳肴 萬姓膏.
燭淚落時 民淚落,
歌聲高處 怨聲高.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락시 민루낙이요
가성고처 원성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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