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이가 들어서 일자리를 구하면 주로 아파트 경비나 청소원 또는 건물 관리인 그리고 주차요원이 비교적 흔하고 그런대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경비를 하는 사람은 '경비원'으로 청소를 하는 사람은 '미화원'으로 지칭한다. 호칭은 경비원 '아저씨' 또는 나이가 많아 보이면 '어르신'으로 호칭 하지만 여자 미화원은 '여사님'으로 호칭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주머니'로 부르는 것 같았다. 실제로 현장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하지만 대개 외부인 출입 감시, 쓰레기 분리수거, 간단한 청소, 심지어 입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택배관리, 자동차 주. 정차 관리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더하여 공동주택인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 돈 몇 푼 아껴 보려고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는 행위도 있으니 그런 행위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쓰레기 문제는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그 양도 엄청나거니와 분리수거도 온 국민들의 교육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고 완전하게 지켜내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다. 예를 들어 재활용이 가능한 것 그리고 재활용이 어렵거나 전혀 되지 않는 것 음식물 잔반 수거통에 투입해서는 안 되는 것 등 여간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급여를 줄이는 수단으로 실질적으로는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명목상 휴식시간을 정하여 인건비를 줄이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사실 내가 아파트 청소원을 하게 된 연유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마다 일하는 이유야 모두 다르겠지만 내 경우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65세 또는 70세 정도까지 일하고 싶기도 하고 여전히 근로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솔직히 연금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으니 근로를 하면 얼마간의 수입이 생기는 것이고 또한 규칙적 생활로 정신은 물론 육체적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직은 주로 24시간 격일제 근무라서 도저히 자신감이 부족하고 일단 생체리듬이 깨지는 생활이 싫어서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야간이 아닌 주간에만 근무하는 일자리로 일단 청소 미화직을 택한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건강 유지 비결이란 몸을 보다 많이 움직일수록 밥맛이 더 좋아지고 특히 낮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니 불면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실제로 베개에 머리가 닿은 후 거의 10분 이내에 잠이 들게 된다는 점이 너무 좋다.
내가 일하는 곳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5층 아파트로 곧 재건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야말로 서민 아파트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대개 고층, 즉 15층 또는 20층 이상 심지어 50층이 넘는 것도 생기지만 오래전에 지은 저층 아파트는 화단이 많고 주변에 나무도 제법 많이 심어져 있다. 남자 청소원은 주로 단지 내에 화단이나 통로에 버리는 담배꽁초나 휴지 등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화단이나 외곽을 순회하며 지저분한 곳을 손보기도 하고 나무를 손질하기도 한다. 또한 잔반(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밖에 분리수거도 해야 한다. 반면 여자 청소원은 주로 계단 청소를 한다. 그러니까 화장실 등 공유 시설에 물걸레질이 필요한 곳이다. 대개 5층 이하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계단이 있고, 물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고층 아파트도 비상계단이 있지만, 더구나 오래된 아파트에는 황동(구리+아연)으로 일명 '신주'라 부르는 미끄럼 방지턱이 있어서 여자 미화원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광택을 내기 위해 힘겹게 '신주'를 닦는 일에 힘들어한다.
나의 하루 일과는 아침 07에 시작되어 오후 6시에 끝이 난다. 물론 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과 휴식 시간 1시간이 있으니 실제 근무 시간은 9시간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6일을 일하니 주당 54시간이다. 요령이 부족하여 아직은 좀 벅차지만 조금씩 적응해 가는 중이며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사실 내 경우는 '노인 일자리 센터'에서 사회복지사의 알선으로 채용되어 경비원이지만 주간에만 일하므로 실질적으로는 청소원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는 아파트 관리 측면에서 주간 근무요원으로 24시간 교대 근무자의 부담을 줄여 주고 인건비를 줄이는 방책으로 쓰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노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나이 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경비직이나 청소를 담당하는 역할이 주가 된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서는 관리비를 적게 부담하기 위해서 무인화를 추구하게 되어 점차 그런 일자리도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인건비 부담이 많은 심야시간 근무를 줄이고 CCTV를 설치하여 장비를 이용하는 감시체제(물론 무인화 장비 관제요원이 있어야 한다)를 원하므로 주간에만 사람을 쓰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왜냐하면 쓰레기 분리수거라든가 청소는 기계화로 한계가 있으므로 음식물 잔반 처리, 일반 쓰레기 처리 등 완전하게 입주민들이 처리하기란 어려우므로 다시 사람의 손을 한 번 더 거치게 된다. 그러므로 주로 주간에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해가 바뀌어 경비직과 청소요원들의 감원 소식을 뉴스로 접한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정부가 일부 부담한다고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의 부담도 늘어 서로 간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물론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감수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을 피하려는 입장도 자신의 권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도 어렵다. 근본적으로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져 노후에 대한 후생복지가 훌륭한 국가가 아닌 이상 노령인구들의 적당한 일자리 창출 문제는 다른 경제적 지원책보다 더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젊은이들의 일자리 해결도 어려운데, 노인들 일자리 문제 그 해결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젤 지도 모른다. 노인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 해결은 언제쯤일까? 후대의 부담을 줄여주고 노령인구들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인 노령인구들의 일자리 문제는 영원한 숙제로 남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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