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산행을 하려고 친구 몇 명에게 연락을 취해 봤더니 저마다 사정이 있어서 함께하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혼자 나섰다. 보온병에 커피를 한 잔 태워서 넣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3월 4일 집안 행사때 만났던 서울 종형께서 사주셨던 '안동 버버리 찰떡' 을 두개 챙기고 지나는 길에 수퍼에 들려 산행 때 즐기는 '자유시간' 2개 그리고 '연양갱' 1개를 배낭에 넣고 걸어서 가까운 고산골로 향했다.
산 중턱에서 바라본 대구 시가지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시야는 탁트이고 가까이 수성못이 보이고 멀리 팔공산까지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정도 걸으니 기온이 오름과 동시에 몸에서 열이 나니 덥다는 느낌이 들어 털셔츠를 벗고 '자유시간' 한 개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걸어 산성산 정상에 다다라 다시 남은 커피와 찰떡 한 개를 먹고 우유도 마시고 휴식을 취하며 하산길에 들었다. 계곡을 따라 잣나무 숲을 지나니 지난 주에 때늦게 많은 눈이 내렸던 탓으로 눈이 녹아 계곡물이 풍성하게 흐르고 있었고 봄기운이 완연한 듯 힘차게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흘렀다. 그런 가운데 군데군데 부러지고 쓰러진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산에 뿐만 아니라 사실 내가 사는 지역에 지난주에 내린 눈은 그 양이 엄천난 것이었다 3월에 내린 탓으로 제법 포근한 날씨 때문에 비로 시작하여 눈으로 변하더니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이 되도록 많은 양이었다. 그래서 나무잎이 붙어있는 종류의 나무 즉 사철나무나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부러진 것이 우리집에도 있었다.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라 하는 수 없이 베어 버렸지만 고산골에 소나무들은 수 십년 자란 큰 소나무들이 여러 그루 쓰러지거나 부러져 있는 광경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우리 인간들 삶을 보는듯 했다.
불교적 입장에서 흔히 하는 말로 "내려 놓아라" 또는 "채우려면 비워라" 등의 말을 않더라도 그릇에 다른 것을 채우려면 비워야 할 것이며 일상생활에서 먹은 만큼 배설해야만 생명이 유지되며 들여마신 숨을 뱉어내야만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던가?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못하면 죽음으로 가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돈이란 것도 적당히 써야만 경제가 돌아가고 사회가 유지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사람에게 정신적 압박인 스트레스도 잘 해소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으며 먹은 음식을 잘 소화하여 에너지로 변환시켜 몸을 유지하도록 해야만 생명이 유지되는 이치는 자연적 이치가 아닌가 말이다 결국 나무는 많은 양의 눈을 빨리 떨치지 못한채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고 넘어지고 생명까지 포기하는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나무는 자기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그렇겠지만 우리들 인간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 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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