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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생사당기(嚴先生祠堂記)-범중엄(范仲淹)

거연천석 2024. 7. 28. 17:45

先生은 漢光武之故人也라. 相尙以道러니 及帝握赤符하고 乘六龍하여 得聖人之時하여 臣妾億兆하니 天下孰加焉고? 惟

선생은 한광무지고인야라. 상상이도러니 급제악적부하고 승육룡하요 들성인지시하여 신첩억조하니 천하숙가언고? 유

先生以節高之라. 旣而動星象하고 歸江湖하여 得聖人之淸하여 泥塗軒冕하니 天下孰加焉고? 惟光武以禮下之라. 在蠱之

선생이절고지라. 기이동성상하고 귀강호하여 득성인지청하여 니도헌면하니 천하숙가언고? 유광무이례하지라. 재고지

上九에 衆方有爲어늘 而獨不事王侯하고 高尙其事라하니 先生以之라. 在屯之初九에 陽德方亨이어늘 而能以貴下賤하여

상구에 중방유위어늘 이독불사왕후하고 고상기사라하니 선생이지라. 재둔지초구에 양덕방형이어늘 이능이귀하천하여

大得民也하니 光武以之라. 蓋先生之心은 出乎日月之上하고 光武之量은 包乎天地之外라. 微先生이면 不能成光武之大요

대득민야하니 광무이지라. 개선생지심은 출호일월지상하고 광무지량은 포호천지지외라. 미선생이면 불능성광무지대요

微光武면 豈能遂先生之高哉아? 而使貪夫廉하고 懦夫立하니 是大有功於名敎也라. 仲淹來守是邦하여 始構堂而尊焉이라.

미광무면 기능수선생지고재아? 이사탐부렴하고 유부립하니 시대유공어명교야라. 중엄래수시방하여 시구당이존언이라.

乃復其爲後者四家하여 以奉祠事하고 又從而歌曰; 雲山蒼蒼하고 江水泱泱이라 先生之風은 山高水長이로다.

내복기위후자사가하여 이봉사사하고 우종이가왈; 운산창창하고 강수앙앙이라 선생지풍은 산고수장이로다.

엄선생사당기 (번역: 김학주)

 선생은 漢나라 광무제(光武帝)와 동학(同學)의 친구였다. 둘이는 서로 도의(道義)로써 존경하였었다. 황제의 적부(赤符)를 장악하고, 여섯 마리의 용을 타고, 성인(聖人)으로서의 때를 얻어 억조창생(億兆蒼生)을 다스렸으니, 천하에 고귀함이 이보다 더 할 수 있겠는가? 오직 선생만은 절개로써 스스로를 높혔다. 별자리 모양을 움직이고서 강호(江湖)로 돌아와, 성인(聖人)의 맑음을 얻어 대관(大官)의 수레나 면류관(冕旒冠)을 진흙처럼 여겼으니, 천하에 이보다 더 고고(孤高)한 것이 있겠는가? 오직 광무제만은 예의(禮儀)로써 그의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었었다.

역경(易經) 의 고괘( 蠱卦) 상구(上九)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두 뜻 있는 일을 하고 있으나 홀로 왕후(王侯)에게 봉사하지 않고 자기의 일을 고결(高潔)하게 한다 하였는데, 선생께선 그 말을 실천하셨다.  역경 의 둔괘(屯卦)의 초구(初九)엔 밝은 덕이 마침 통달되어, 귀한 몸으로 비천한 곳까지 스스로를 낮출 수 있으면 크게 민심을 얻는다 하였는데 광무제는 그 말을 실천하셨다.

 선생의 마음은 해와 달보다도 높고, 광무제의 도량은 천지의 바깥까지도 감싸안을 만 하구나! 선생이 아니라면 광무제의; 위대함이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광무제가 아니라면 어찌 선생의 고결함이 이룩되었겠는가? 탐욕스러운 사람을 결렴하게 하고 나약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니, 명분(明分)과 교화(敎化)에 커다란 공로가 될 것이다.

 나 중엄(仲淹)이 이곳 엄주(嚴州)의 태수로 와서, 이제야 비로소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노라. 그리고 선생의 후예인 네 집안의 조세를 면제해 주어 선생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그리고 또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었다.

 구름 위에 솟은 산 푸르고

 강물은 길고 넓네.

 선생의 덕품(德風)은

 산 같이 높고 물처럼 영원하네.

*작자 범중엄(范仲淹) 은 악양루기(岳陽樓記)를 지은 사람이며 훌륭한 문장으로 유명하다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우리들 주변에서 널리 퍼져있는 성어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유래를 알고 나면 훨씬 의미를 분명하게 알게한다. 이 글은 엄광(嚴光)의 고결한 덕(德)을 기리기 위해 범중엄(范仲淹)이 지은 글이다. 후한의 광무제와 동문수학(同門修學)한 친구지만 황제의 간곡한 권유를 마다하고 절강의 부춘산(富春山)으로 돌아가, 밭갈고 낚시질하며 살았다고 한다.